[新 K-K라인 뜬다]北 강석주 vs 美 켈리

  • 입력 2002년 9월 27일 19시 02분


강석주 제1부상
강석주 제1부상
내달 3일 평양에서 마주앉게 될 것으로 보이는 제임스 켈리 미국 대북특사(국무부 차관보)와 북한의 강석주(姜錫柱) 외무성 제1부상은 빌 클린턴 행정부 때의 찰스 카트먼 한반도평화회담 특사와 김계관(金桂寬) 외무성 부상의 ‘K-K라인’에 이은 ‘신 K-K라인’으로 불린다.

▽강석주 제1부상〓북한 수석대표로 나올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미국이 대북특사를 잭 프리처드 대북교섭담당대사에서 제임스 켈리 차관보로 격상시킨 만큼 북한도 김계관 외무성 부상보다는 한 단계 위를 내세울 것이라는 얘기다. 강 제1부상은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측근의 한 사람으로 풍부한 대미 협상 경력의 소유자다.

그는 94년 지미 카터 전 미 대통령이 방북했을 때 김일성(金日成) 당시 주석과의 회담에 배석했다. 이어 같은해 로버트 갈루치 미 국무부 차관보를 상대로 핵합의를 이끌어내 현재의 북-미관계 기본틀이라고 할 수 있는 제네바합의를 탄생시켰다.

99년에는 빌 클린턴 대통령 특사로 방북한 윌리엄 페리 대북정책조정관을 맞아 미사일발사유예 선언과 이른바 ‘페리 프로세스’의 마련에 일조하기도 했다. 그는 또 2000년에는 웬디 셔먼 미 대북정책조정관과 협상을 벌이는 등 북-미간의 모든 현안을 다뤄본 인물이다.

최근에는 북-일 정상회담을 막전막후에서 진두지휘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켈리 특사가 강 제1부상과의 회담에 이어, 김 국방위원장을 면담하게 되면 북-미관계를 크게 개선할 수 있는 의외의 기회를 잡을지도 모른다고 기대하고 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미 행정부 내 대북정책 실무를 총괄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북한과 구체적인 협상을 해본 경험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로는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 아래로는 잭 프리처드 대북교섭 담당대사와 함께 대북정책의 ABC를 조율하는 위치에 있지만 사실 그는 아시아태평양지역 전문가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담당 수석국장을 지냈고 부시 행정부가 출범하기 전에는 하와이 호놀룰루 소재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퍼시픽포럼 의장으로 있었다.

그는 2월14일 하원 국제관계위원회에서 출석해 “평양은 햇볕정책에 건설적으로 응답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국제관계의 계속적인 결핍, 즉 스스로 초래한 고립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햇볕이 메마른 대지를 경작할 수는 없다”고 강경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퍼시픽포럼 의장을 역임하던 시절에는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를 비롯한 대북지원 사업은 새 행정부라도 폐기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등 국제관계의 흐름과 현실적으로 필요한 것이 뭔지를 구분할 줄 아는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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