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北 뒷거래밀사’ 日요시다는 누구?

  • 입력 2002년 9월 27일 00시 16분


26일 금융감독위에 대한 국회 정무위의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 의원은 이근영(李瑾榮) 금감위원장에게 “DJ 정부가 북한지도부와의 뒷거래 밀사로 활용해온 신일본산업 요시다 다케시(吉田猛) 사장을 아느냐”고 질문했다. 그는 이어 “금감위원장은 산업은행 총재때 현대를 지원한 근본책임을 갖고 있으니 요시다의 실체를 잘 알 것으로 생각한다”고 다그쳤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전혀 모른다”고 부인했다.

정 의원이 ‘뒷거래 밀사’로 지목한 요시다 사장은 재일동포 2세로 일본의 대표적인 대북 창구역할을 해 왔다. 그는 북한에 만들어 놓은 인맥을 활용해 현대그룹이 금강산 관광사업을 따내는 데 기여한 두 사람의 일본측 밀사중 한명이었다.

그의 부친은 함경도 출신으로 일본에 귀화한 친북인사 요시다 다쓰오(90년 사망). 부친은 1952년 신일본산업을 만들어 철강재 광물 수산물 등을 북한에 수출했다. 그러면서 김일성(金日成) 주석과도 친분을 유지해 70년대부터 북-일간 비밀파이프 역할을 해 왔다. 부친이 숨진 뒤 요시다 사장은 아버지가 만든 회사와 북한 인맥, 그리고 대북밀사역할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그는 1년의 절반은 평양에서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그룹은 97년 초 일본 아사히신문 서울지국장을 지낸 아사히신문의 고바야시 게이지(小林慶二·67·규슈국제대 교수)에게 금강산 사업을 따내기 위해 북한 고위층과 다리를 놓아달라고 부탁했다. 그가 북한의 아태평화위 김용순(金容淳) 위원장과 친분이 깊다는 것을 알고 한 부탁이었다.

고바야시씨가 현대측의 제안을 전화나 팩스로 받으면 이를 평양으로 직접 가서 전달한 사람이 바로 요시다 사장이었다. 요시다 사장은 평양측의 반응을 직접 갖고 와 고바야시씨에게 전달했고, 고바야시씨는 이를 현대측에 알려줬다. 요시다 사장은 현대를 위해 수차례나 평양과 도쿄(東京)를 오갔다. 두 사람은 80년대 중반부터 외무성 관료들과 함께 만든 비공식 북한접촉 서클의 멤버로 아주 친한 사이였다.

두 사람은 98년 6월 정주영(鄭周永)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소떼를 끌고 판문점을 통해 방북했을 때도 미리 북한으로 들어가 정 회장을 기다릴 정도로 북한과 현대그룹 양쪽에서 신뢰를 받았다.

요시다 사장은 90년 3월 일본과 북한이 처음으로 파리의 개선문 근처에 있는 조그만 호텔에서 첫 비밀접촉을 했을 때와 95년 일본 자민당 가토 고이치(加藤紘一) 간사장이 대북 쌀지원을 할 때도 대북밀사역할을 하기도 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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