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극동지역 방문 의미]金正日 경제개혁 ‘수학여행’

  • 입력 2002년 8월 15일 22시 08분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1년 만에 다시 러시아 극동지역을 방문한다. 그의 방문은 북한이 최근 한국은 물론 미국 일본과도 적극적으로 대화를 재개하려는 가운데 이뤄지는 것이어서 그 배경에 특히 관심이 쏠린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7, 8월에 걸친 러시아 방문 때 러시아 구석구석을 돌아보았으나 정작 북한과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으면서 경제적으로도 이해가 중첩되는 블라디보스토크, 하바로프스크 등 극동지역은 제대로 보지 못하고 거의 지나치기만 해 무척 아쉬워했었다.

따라서 이번 방문을 통해 이 지역의 산업시설과 경제개혁 성과들을 세밀히 살펴보고 경협 가능성을 집중 논의할 것이란 관측들이다. 방문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극동지역 파견 전권대표인 콘스탄틴 풀리코프스키의 초청 형식으로 이뤄진다. 풀리코프스키 전권대표는 김 위원장이 가장 신임하는 러시아 인사 중 하나다.

물론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들은 김 위원장의 극동 방문에 맞춰 푸틴 대통령도 이 지역을 찾을 것이라고 전했다. 23일로 예상되는 두 정상간 회담에선 10여년 전 시장개혁을 먼저 시작한 러시아의 경험이 역시 주된 화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으로선 본격적인 경제개혁에 착수하기에 앞서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뭔가 조언을 듣고 싶어할 것이란 얘기다.

여기에 덧붙여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한반도종단철도(TKR)의 연결사업 △80억달러에 달하는 북한의 대(對)러 채무 상환 방안 △에너지 분야에서의 협력 △북한 산업시설 현대화 △북한 노동인력의 러시아 수출 방안 등이 주된 의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들이다.

정치적으로 더 의미를 두는 시각도 있다. 북한은 항상 남쪽(한 미 일)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면 그에 앞서 북쪽(러시아 중국)과의 관계부터 다졌다는 것이며 이번에도 그런 전략적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러시아 방문 사실을 사전에 공표한 것도 이례적이다. 러시아의 한 외교 소식통은 “지난해 김 위원장의 방러가 철저한 보안 속에서 이뤄져 부정적인 이미지를 줬기 때문에 러시아측이 이번에는 국제관행에 따라 ‘사전 발표’하도록 설득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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