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8·15대회 합의]北 도발 사과없는데 또 끌려가나

  • 입력 2002년 7월 24일 19시 07분


6·29 서해교전사태에 대한 북한의 사과 및 재발방지 요구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남북 민간단체가 ‘8·15 민족통일대회’를 서울에서 공동 개최키로 합의해 결국 이번에도 북한의 도발에 대한 책임추궁이 흐지부지된 채 넘어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정부는 일단 ‘2002 민족공동행사추진본부’가 북측과 8·15행사의 서울 공동개최를 합의한 것과 관련, 이 행사가 남북 민간의 지속적인 교류를 통한 한반도 안정유지에 기여한다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문제는 정부가 북한이 서해도발에 대해 아무런 유감 표명을 하지 않은 데 대해 그동안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아 왔다는 점이다.

정부는 서해교전이 발생한 직후 국방부장관의 성명을 통해 북한의 사과 및 책임자처벌, 재발방지를 공식 촉구했으며, 이후에도 북측에 직간접으로 이 문제를 제기해왔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북한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고, 정부 내에서도 현재로선 ‘뚜렷한 해결방안이 없다’는 방치하는 듯한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8·15 공동행사 개최를 승인할 경우 자칫 책임론을 둘러싸고 남-남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실제 서해교전으로 인해 국민의 대북감정이 곱지 않은 현 상황에서 남북 공동행사를 개최한다는 것 자체가 오히려 어색한 분위기를 연출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적지않은 실정이다.

정부가 8·15행사 승인여부를 앞두고 신경쓰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달말 브루나이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남북관계 변화의 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북한 백남순(白南淳) 외무상이 서해교전에 대해 유감의 뜻을 나타낼 경우 본격적인 남북교류 및 대화를 통해 올해안에 평화체제 기반을 완성한다는 구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경우 8·15 행사 승인여부를 둘러싼 정치적 부담도 줄어들지 않겠느냐는 것이 정부의 솔직한 내심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26일 방한한 뒤 곧바로 28, 29일 평양을 방문할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통해 북한측의 태도변화를 촉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튼 북한이 서해교전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하지 않는 이상 어떠한 형태의 남북교류도 무의미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고려대 유호열(柳浩烈) 교수는 “8·15 민간행사도 북한 당국의 사과가 있어야 진정한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6·29 서해교전 이후 북한 반응
일시반응 주체주요 내용
6.29중앙·평양방송우리 영해에 침입한 남조선 해군 전투함선이 우리 경비함에 수백발의 총포사격을 가했음
7.1외무성 대변인이번 사건은 남조선 군통수권을 쥐고 있는 미국의 비호 밑에 일어난 것으로 미국이 북남관계에 쐐기를 치기 위해 만든 결과물이다
2중앙방송 시사논평책임은 남조선군사당국자들이 져야한다
47·4공동성명 발표 30주년기념 평양시보고회남조선 당국은 먼저 북방한계선(NLL)의 비법성부터 인정해야 한다
9인민군판문점대표부 대변인담화침몰함선 인양시 작업날짜, 시간, 동원선박, 장비 등 구체적 사항을 미리 인민군 측에 통보해야 한다
17노동신문 논평한나라당을 비롯한 우익보수세력들이 서해교전을 계기로 주적론 등을 제기하는 등 반공화국 대결 광대극을 연출하고 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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