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광' 믿다 검은 수렁에…홍업씨 조세포탈등 현철씨 재판

  • 입력 2002년 7월 11일 18시 36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차남 홍업(弘業)씨가 10일 알선수재와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되면서 대통령 친인척 비리 사건이 언제 사라질 것인지 한탄하는 목소리들이 높다. 과거 정권에서 발생한 선례에도 불구하고 유사한 범죄가 되풀이됐기 때문이다.

홍업씨의 경우 각종 이권 청탁의 대가는 물론 대기업의 활동비 명목 등으로 무려 47억여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홍업씨의 이권 개입은 청와대 검찰 국가정보원 예금보험공사 등 국가 기관 전반에 연결돼 있다.

현대와 삼성 등에서 받은 돈에 대해서는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아 조세포탈 혐의가 적용됐지만 다른 기업에서도 청탁과 ‘활동비’를 받았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검찰 관계자는 11일 “홍업씨가 대기업에서 받은 돈은 앞으로 잘 봐달라는 ‘보험금’의 성격이 짙다”고 말했다. 권력에 알아서 고개를 숙인 대표적 사례라는 것이다.

이런 모습은 역대 대통령 친인척 비리의 재판(再版)이다.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賢哲)씨의 경우 97년 5월 금품수수 혐의 뿐만 아니라 국정 농단 의혹까지 받았다.

그는 기업에서 받은 돈을 측근들을 통해 은닉하고 돈을 세탁하는 등 홍업씨와 유사한 방법을 동원했다. 검찰이 대가성이 없다고 결론지은 금품 수수에 대해 조세 포탈죄가 적용된 것도 홍업씨와 똑같다.

이는 노태우(盧泰愚), 전두환(全斗煥) 두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 은닉 및 관리 수법의 복사판이기도 하다.

노 전 대통령의 딸 소영(素英)씨는 94년 19만2000달러를 밀반출한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당시 검찰은 소영씨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으나 의혹이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

전 전 대통령의 동생 경환(敬煥)씨도 새마을운동 비리에 연루되는 등 ‘5공 비리’의 핵심 인물로 밝혀져 법의 심판을 받았다.

이 같은 대통령 친인척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권력에 줄을 대려는 기업이나 개인도 변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권력자의 철저한 주변 관리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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