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한 北-美… 초조한 한국

  • 입력 2002년 7월 3일 18시 45분


미국 국무부가 당초 10일로 예정됐던 제임스 켈리 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의 북한 방문을 2일 공식 철회함에 따라 모처럼 북-미 관계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기대가 다시 무산됐다.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의 특사파견 제안에 대한 북한의 회신이 늦어져 물리적으로 방북을 준비할 시간이 없다는 점과 서해교전 사태를 철회의 이유로 들었지만 무게는 아무래도 뒤쪽에 실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가 “서해에서의 난폭한 해상충돌이 대화 진행을 수용하기 어려운 분위기를 조성했다”며 서해교전을 ‘무력 도발’이라고 거듭 확인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 같은 미국의 대응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물론 미 행정부 외교안보팀의 대부분이 북한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견지해왔다는 점에서 이미 예상됐던 일이다.

미국이 4월30일 “가까운 시일 안에 북한에 특사를 파견하겠다”고 발표하고도 지난달 25일에야 특사파견 시기를 북한에 처음 제시한 것도 행정부 내 대북 강온파간에 이견이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면에서 서해교전은 북한과의 대화에 회의적인 강경파들에게 예기치 않게 힘을 실어준 셈이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서해교전은 미국의 대북 매파들에겐 울고 싶은데 뺨을 때려준 셈이 됐다”고 평했다.

북한 역시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반발하고 있어 양측이 원만한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쉽지 않은 실정이다.

북한 외무성은 1일 서해교전과 관련해 “이번 사건은 철두철미 미국의 비호 밑에 일어난 것으로서 원래부터 북남관계 진전을 달가워하지 않고 제동을 걸어온 미국이 북남관계에 쐐기를 박기 위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주장하며 “대화는 대화이고 자주권은 자주권”이라고 말했다.

물론 북-미 양측이 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는 있다. 우리 정부는 일단 내달 7일 북한의 함경남도 신포에서 열리는 경수로공사 콘크리트타설 기념식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질 북-미 접촉에 기대를 걸고 있다.

잭 프리처드 미 대북교섭담당대사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집행위원회의 미국 측 이사 자격으로 참석하는 만큼 양측이 현안 및 관심사항을 논의할 최소한의 안전판은 남아있다는 게 우리 정부의 판단이고 기대이다.

같은 이유로 이달 말 브루나이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무장관회의에서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과 북한 백남순(白南淳) 외무상간의 회동 여부도 주목된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 출범 후 북-미 대화 추진일지
일시주요 사항
2001.1.20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취임
〃 6.6부시 대통령, 대북 대화 재개 성명 발표
〃 6.13잭 프리처드 미 한반도평화회담 특사와 이형철 유엔주재 북한대사 간 첫 준비접촉
〃 6.18북 외무성 대변인, 전력손실보상을 대화의제로 제시
2002.1.30부시 대통령 연두교서, ‘악의 축’ 발언
〃 2.22북 외무성 대변인 담화, 대화 거부 입장 표명
〃 4.3-6임동원 특사 방북, 북-미 대화 권고, 김정일 국방위원장, 프리처드 대사의 방북 수용
〃 4.11북 외무성 대변인, ‘동등한 대화’ 요구
〃 4.30미 백악관 성명, 북-미 대화 재개 준비
〃 6.17-18한미일 3자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 회의
〃 6.19임성준 외교안보수석 방미, 북-미 대화 의견 조율
〃 6.25미,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태담당차관보 방북계획 통보
〃 6.29서해교전
〃 7.2미, 고위급 특사 방북 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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