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비리 특검 성사가능성 희박

  • 입력 2002년 6월 28일 18시 12분


민주당이 28일 한나라당의 권력형 비리 특검제 및 국정조사 요구에 대해 ‘조건부 수용’ 방침을 밝히긴 했지만, 성사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민주당이 내세우는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 관련 의혹 조사나, 한나라당이 요구하고 있는 권력비리 특검제 및 국정조사나 모두 조사 방향과 결과에 따라 어느 한쪽은 치명적 상처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협상 전망과 손익계산〓민주당이 특검제와 청문회를 수용하되 한나라당과 관련된 비리 의혹까지 함께 다루자고 제안한 배경에는 수세적이고 소극적인 자세에서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전환해 현 국면을 돌파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특히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아들 문제는 검찰수사를 통해 어느 정도 진상이 드러난 만큼 특검제를 하건, 청문회를 하건 더 이상 크게 잃을 것도 없으며, 최종단계가 특검이라면 이를 앞당기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는 판단인 것이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가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은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해야 할 때이다”고 말한 것도 그 같은 당내 기류를 반영한 것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는 “한나라당이건 민주당이건 과거의 비리를 총체적으로 청산해야 한다. 특검의 명칭을 ‘부패청산특검’으로 하고 과거의 부패 문제를 모두 정리하고 청산하고 털어가자”고 입장을 정리했다. 그러나 민주당 내에도 ‘동시 청산론’을 한나라당이 수용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나라당 서청원(徐淸源) 대표는 당장 이날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이 조건으로 제시한 이 후보 관련 의혹에 대해 “법률적으로 무혐의 결정이 난 것인 만큼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

▽공적자금 국정조사〓양당이 지난해 말 조사 원칙에는 합의를 한 바 있어 첨예한 권력비리 국정조사에 비해서는 실시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지만, 공적자금 문제를 초래한 근본책임을 놓고 양당의 시각차가 워낙 커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한나라당은 공적자금 문제를 권력형 비리의혹과 함께 현 정권의 최대 실정으로 부각시킨다는 계산이다. 신영국(申榮國) 공적자금특위 위원장도 “공적자금 회수불능분은 국민에게 청구한 것이므로 누가 손실을 입혔는지를 파악해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이 먼저이다”며 정부의 책임 규명에 역점을 둘 것임을 밝혔다.

한나라당은 다음주 초 당 공적자금특위가 자체 조사한 공적자금 실태를 발표하고, 국회정무위에서 공적자금 문제를 추궁했던 이부영(李富榮) 정형근(鄭亨根) 의원을 특위 위원으로 투입할 계획이다.

반면 민주당은 공적자금 국정조사 요구 자체가 민주당 상처주기를 위한 정치적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며 기왕 발생한 원리금 부담부분에 대한 차환발행 동의안의 신속 처리 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정책위가 성명에서 “과거 한나라당 정권은 재벌개혁과 금융·기업 구조조정, 경제개혁은 안중에도 없고 오직 권력에 눈이 어두워 공적자금 투입의 근원을 제공했다. 공적자금에 책임 있는 한나라당은 정치공세를 중단하고 상환대책 마련에 적극 협조하라”고 촉구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부패청산 및 공적자금 국정조사 한나라·민주당 입장 비교
 한나라당민주당
부패청산-대통령 친인척 비리에 관한 국정조사와 특검제 즉각 실시
-민주당 설훈 의원의 한나라당 윤여준의원 명예훼손 및 정치공작 의혹도 조사
-이회창 후보 아들 병역비리는 법적 판단 끝난 사안
-이회창 후보 미국 방문 때의 최규선씨 개입의혹 및 20만달러 수수 의혹도 조사
-이 후보 아들 병역비리 및 은폐 대책회의 의혹도 조사
공적자금공적자금 조성 집행 과정에 관계된 정부 책임자 및 여권 실세들의 자금 집행 개입여부 국정조사차환발행 동의안 처리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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