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 “저의 처신에 심사숙고”

  • 입력 2002년 6월 21일 21시 55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21일 자신이 직접 작성한 대국민사과 성명에서 ‘통절’ ‘참담’ ‘부끄러움’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다. 김 대통령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친인척 문제로) 걱정을 끼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던 약속을 위반한 데 대해서도 반성했다.

김 대통령은 그러면서 아들들의 문제는 법에 맡기고 자신은 국정에 전념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힌뒤 국민의 이해를 구했다.

그동안 청와대 내에서는 김 대통령의 직접 사과는 피하고, 월드컵 대회가 종료되는 시점에 향후 국정운영 방향을 밝히면서 함께 사과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왔다.

그러나 아들을 둘씩이나 감옥에 보낸 처지에서 더 이상 대국민 사과를 회피해선 안된다는 게 김 대통령의 판단이었다는 것.

이에 따라 성명에 군더더기 언사 없이 사과의 뜻만을 담았다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전했다.

▽처신에 대한 심사숙고?〓김 대통령이 “저의 처신에 대해서도 심사숙고했다”고 밝힌 대목은 여러 가지 해석을 낳았다. 특히 국민 여론을 살펴본 결과 모든 소임을 완수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는 대목은 김 대통령이 그동안 자신의 거취 문제까지 고민했다는 뜻으로 들릴 수도 있었다.

이에 대해 박선숙(朴仙淑) 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은 “말 그대로 해석해달라.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가에 관한 깊은 고민을 표현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지만, 다른 관계자들은 “참담한 심경에서 어찌 그 이상의 문제까지 고민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한 핵심관계자는 “김 대통령은 한때 아들들 문제와 건강 문제가 겹치면서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더 지탱할 수 있겠느냐’고 깊은 시름을 토로해왔다”며 “그러나 대통령 임기 중단은 ‘헌정중단 사태’로, 무책임한 처신일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향후 민심수습책은?〓김 대통령은 이날 국정전념 의지를 밝힌 것 외에 ‘성난 민심’을 수습하기 위한 대책은 제시하지 않았다. 그동안 민주당 측이 △거국중립내각 구성 △아태재단 사회환원 △김홍일(金弘一) 의원 민주당 탈당 등을 제기해 온 것에 대한 응답도 하지 않았다.

다만 아태재단 사회환원 문제에 대해선 박 수석이 “앞으로 심사숙고해 처리해야 할 문제이다”며 고민의 일단을 드러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김 대통령의 사과 이후 후속 조치에 대해 “특별히 검토한 바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홍업(弘業)씨 수사 진척과 정국 상황에 따라 후속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철희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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