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이후 정국 어디로<3>]JP의 '헤쳐 모여' 이번엔…

  • 입력 2002년 6월 15일 22시 52분


자민련 김졸필 총재가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다.
자민련 김졸필 총재가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다.
6·13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는 이제 당과 자신의 존립을 위해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숱한 풍상을 겪어온 JP이지만 이번에 느끼는 위기감은 과거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충청권마저 JP를 외면할 조짐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자민련 일각에서는 JP의 ‘2선 후퇴론’ 또는 ‘용퇴론’까지 거론되고 있다. 물론 당내에서는 아직도 “JP의 리더십을 대체할 인물이 없지 않느냐”는 의견이 압도적이나, JP가 당장 당 내분 수습을 위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할 경우 상황은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서는 “지방선거는 JP로 하여금 정체상태에 빠진 당에 대해 근본처방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JP에게 마지막 기회를 제공해 준 측면도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JP가 결국 ‘내각제 실현’이라는 구호 아래 덮어온 대선후보 및 대선연대 문제에 대해 보다 구체적이고 분명한 방향을 제시하고, 정계개편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방선거 직후 당 지도부에 보고된 당 쇄신 방안도 한결같이 ‘확실한 대선 비전과 전망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소속 의원들은 공공연히 “대선후보 없이 유권자의 표를 모은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하고 있다.

JP는 연초부터 “내각제를 구현할 마땅한 후보가 없다면 내가 나선다”고 말해왔지만 당내에서조차 JP의 출마 가능성을 확신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따라서 JP는 앞으로 대선후보로 내세울 제3의 인물군과의 연대를 추진해 나가는 한편 필요하다면 당의 울타리를 허무는 방안까지 모색하고 있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JP는 무엇보다 민주당의 분열조짐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핵심 당직자는 “민주당 이인제(李仁濟) 의원 세력과 자민련이 함께 중부권 신당을 만드는 소폭의 정계개편 뿐만 아니라 보다 큰 틀의 정계개편 방안도 내부적으로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JP도 최근 공·사석에서 “지방선거 이후 정계개편 징후가 분명 있다”며 ‘보수 혁신을 분명히 하는 헤쳐모여’를 여러 차례 거론해 왔다. JP는 또 ‘헤쳐모여’의 대상엔 한국미래연합 박근혜(朴槿惠) 대표, 무소속 정몽준(鄭夢準) 의원도 포함되며 JP 자신은 2선으로 물러나 지원 역할만 하겠다는 뜻도 밝혀왔다.

그러나 이인제 박근혜 정몽준 의원의 이해관계도 반드시 일치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헤쳐모여’는 아직은 JP의 희망과 기대에 불과하다는 회의론도 적지 않다.

자민련 일각에서는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와의 연대론도 나오고 있다. 이완구(李完九) 의원은 반(半)공개적으로 한나라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고, 송광호(宋光浩) 의원은 “JP가 일단 보수연대 추진에 최선을 다해보고 안되면 (의원들의) 족쇄를 풀어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JP 측근들은 ‘백기투항’이라며 펄쩍 뛰고 있다. 한나라당과의 연대는 사실상 흡수통합되는 거나 마찬가지여서 별 실익도 없고 감정적으로도 용납하기 어렵다는 게 측근들의 얘기이다.

설사 몇몇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한나라당으로 빠져나가더라도 5명의 전국구 의원과 ‘절대 이탈할 수 없는 처지’의 지역구 의원들만이라도 남아 옥쇄(玉碎)를 하거나, 아니면 명예롭게 정계 은퇴를 선언하는 게 낫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다만 자민련 소속 의원 다수가 아직까지는 “서두를 것 없다. 국회의원들의 관심사는 2004년 17대 총선이며, 그 사이에 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알 수 없다”며 개별 행보를 유보하고 있는 점이 JP에게 힘이 되고 있다. JP도 여기서부터 꼬인 매듭을 풀어나가려 할 것으로 보인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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