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지방선거]위법 7454건…4년前의 4배

  • 입력 2002년 6월 12일 18시 51분


“제발 저를…” 사진=박경모기자
“제발 저를…” 사진=박경모기자
6·13 지방선거 운동과정에서 비방과 폭로 등 네거티브 선거전이 기승을 부렸다. 특히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이번 지방선거를 대선 전초전으로 여기고 중앙당 차원에서 가세하는 바람에 비방 폭로전은 더욱 심해졌다. 반면 월드컵 축구대회와 선거운동기간이 겹친 때문인지 유권자들의 무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심했다.

▽불법선거운동 최다 적발〓10일까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각 지역 선관위가 적발한 선거법 위반행위는 모두 7454건. 98년 지방선거 때의 1740건에 비해 무려 4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또한 지난달 28일 이후 공식선거운동기간 중에 적발한 것도 2036건으로 98년 지방선거 때(1118건)의 2배에 육박하고 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포상금 인상으로 유권자의 신고와 제보가 크게 늘고 일선 구시군 선관위마다 50여명씩 민간인으로 구성된 선거부정감시단원의 활동이 활발한 탓도 있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후보나 정당들이 사활을 건 싸움을 벌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네거티브 선거전 기승〓한나라당 조해녕(曺海寧) 후보와 무소속 이재용(李在庸) 후보가 격돌하는 대구시장 선거전에는 정책공방이 거의 없다. 이 후보가 조 후보의 병역 기피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 조 후보는 이 후보 부모의 러브호텔 운영을 부각시켜 도덕성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막판 흑색선전물 살포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충청권의 한 군수선거의 경우 투표일을 2, 3일 앞두고 특정 후보 진영에서 경쟁 후보의 부인이 뇌물을 받았다는 내용의 흑색 선전물 수천장을 배포해 선관위가 유인물 수거에 나서는 한편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도 했다.

군산시장 선거에서는 11일 한 무소속 후보와 아들들의 병역관계가 담긴 유인물을 살포한 상대 무소속 후보의 운동원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이 유인물에는 후보 본인과 아들 3명의 복무일이 모두 합쳐 24개월밖에 안 된다는 자세한 사항이 적혀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유권자 매표 행위는 줄었으나 각종 비방 흑색선전은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유권자 관심 시들〓대구에 사는 회사원 이모씨(32)는 “시장후보들이 상대방 헐뜯기에만 몰두하고 있어 기권할 생각이다”고 잘라 말했다. 부산 서면에서 만난 자영업자 김모씨(43)도 “누가 되든 나랑 무슨 상관이냐. 요즘 유일한 낙은 월드컵경기를 보는 것이다”며 심드렁한 반응을 보였다. 각 정당 또한 겉으로는 투표에 참여해 줄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내고 있으나 내심 투표율이 높고 낮음에 따른 득실 계산에 더 분주한 모습이다.

▽선거운동 방식 변화〓합동연설회장이나 정당연설회 개인연설회장을 자발적으로 찾는 유권자가 거의 없자 예정된 정당연설회 횟수를 대폭 축소하고 인파가 모이는 시장이나 터미널 상가 근처에서 즉석 게릴라 유세를 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영남의 한 광역단체장후보는 “정당연설회를 하려 해도 사람이 안 모이고 동원하자니 비용만 든다”며 “정당연설회 횟수를 4분의 1로 줄였다”고 말했다.

휴대전화를 이용한 선거운동도 부쩍 늘었다. 대전 서구의 한 구청장 후보는 특히 월드컵에서 한국의 경기 결과가 좋아 시민들의 기분이 고조됐을 때 승리 축하 메시지와 함께 지지를 호소하는 메시지를 함께 보냈다.

▽선거법 불만 증폭〓후보자들은 후보자 본인을 제외하고는 명함을 돌릴 수 없도록 되어있는 선거법 93조에 대해 불만을 제기했다. 대전의 한 구청장 후보 관계자는 “선거운동원들이 후보를 알릴 수 있는 방법이 그리 많지 않은데 돈이 많이 들지 않는 명함을 돌리는 것까지 금지하는 것은 무리한 조항”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선거운동원들이 지하철 출구나 상가 입구 등 사람이 많이 오가는 곳에서 “안녕하세요 ○○○ 후보입니다”며 목이 터져라 외치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었다.

합동연설회 무용론도 제기되고 있다. 합동연설회는 동원 청중과 상호 비방으로 얼룩졌을 뿐 자발적으로 유세장을 찾은 청중은 평균 200∼300명을 넘는 곳이 많지 않았다.

광주시의 한 구청장후보는 “구청장 선거의 경우 보통 200∼250명의 청중이 동원되는데 1인당 3∼5만원씩을 당일날 또는 며칠 뒤에 지급한다”며 “합동연설회는 돈먹는 하마였다”고 털어놨다.

▽상향식 공천의 미정착〓민주당이 도입한 대통령후보 국민참여경 선이 전국민의 관심을 모으면서 주요 정당들은 상당수 지역에서 경선을 통해 후보를 선출했다. 그러나 불공정 경선을 이유로 경선 직전 탈당하거나 경선 결과에 불복,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사례가 속출하는 등 갈등을 빚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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