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동총리 취임2돌 인터뷰 "현내각 정치인 없어 중립"

  • 입력 2002년 5월 22일 19시 19분


《이한동(李漢東) 국무총리가 23일로 취임 2주년을 맞는다. 22일만 더 지나면 이 총리는 2년 21일간 재임한 강영훈(姜英勳) 전 총리의 기록을 경신, 5공 이후 최장수 총리가 된다. 이 총리는 22일 집무실에서 동아일보와 회견을 갖고 “언제 그만둬도 상관없다는 마음으로 일했을 뿐이다”고 말했다. 다음은 문답 요지.》

-정권 말기 공직사회의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에 대해….

“정부 부처 내에서 아직은 레임덕 같은 것을 감지하기는 어렵다. 대통령 임기가 9개월가량 남았는데 이는 결코 짧은 기간이 아니다.”

-남은 임기 동안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할 일은….

“현 정부가 내건 주요 개혁과제를 다음 정부에 떠넘기지 않겠다는 것이 대통령의 신념이다. 다음 정부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2003년부터는 남거나 모자람이 없는 균형재정을 실현하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도 강하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과열 혼탁양상이 나타나는 것 같은데….

“정부도 고질적인 불법선거운동을 추방하고 공무원들의 선거중립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 중이나 공명선거가 이뤄지려면 국민의 자발적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불법선거사범에 대한 국민들의 적극적인 신고를 부탁한다.”

-야당은 계속 중립내각 구성을 주장하고 있다.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서는 내각이 공동책임을 져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는데….

“현 내각 구성원 중에는 당적 보유자가 없으므로 사실상 중립내각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공동책임 운운할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다. 또 내각 구성에 관한 권한은 대통령 고유권한이므로 본인의 거취에 대한 견해를 밝히기는 곤란하다.”

-올해 초 현 정부의 인사편중이 큰 논란거리를 만들었다고 지적한 바 있는데….

“99%의 인사가 잘 됐더라도 1%의 정실인사가 조직 전체 분위기를 해친다. 정부는 공무원들이 인사편중에 따른 좌절과 불만을 갖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개선 노력을 기울이겠다.”

-그동안 인사제청권 행사에 어려움은 없었나.

“지금까지 대통령에게 제청해서 거부된 적이 없었다.”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평가도 엇갈리고 있다.

“대북정책에 대한 다양한 평가는 전환기적 상황에서 나타나는 한때의 불가피한 현상이다. 이미 동서냉전이 끝난 지 10년이 지났고 우리 국력이 북한에 비해 월등한 수준이므로 과거와 같은 냉전적 대결시대의 틀과 사고로는 한반도 평화를 얻을 수 없다. 인내심을 갖고 대처하면 북한이 결국 의지할 데가 남한밖에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될 것이다.”

-시급히 통과시켜야 할 법률안이 많은데 향후 대국회 관계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이제는 여야의 구분이 없어졌으므로 정부와 국회 관계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국회 각 상임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직접 정부 정책과 법안에 대한 이해와 협조를 구할 것이다. 예보채차환발행동의안과 민생안건은 정책협의회를 통해 협의하는 방안도 강구 중이다.”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와 한때 험악한 관계였는데….

“총리직 유임과 관련해서는 지금도 김 총재에게 송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평생 국가를 먼저 생각하고 헌신해 오신 김 총재도 국정 안정을 고려한 유임 결정을 이해해주리라고 생각한다.”

-대권의 꿈은 접었나.

“정치인의 꿈은 생명과 같이 소중한 것이라는 말로 대답을 대신하겠다. 지금은 정치적 중립을 지키면서 국정과제 실천을 위해 힘을 기울이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

-차기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리더십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우선 국가를 안정적으로 경영할 수 있는 상당한 수준의 경륜과 식견이 중요하다. 또한 냉철한 판단력과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갖춰야 한다. 특히 현재의 엄청난 국론분열과 지역감정 심화 등을 고려할 때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십은 고려 태조 왕건과 같은 포용과 화합의 리더십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여 온 역점사업을 하나 꼽는다면….

“안전관리개선기획단을 발족시켜 교통사고 줄이기에 심혈을 기울였다. 매년 인위적인 사고로 숨지는 사람들의 84%가 교통사고로 인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가 노력한 결과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2000년보다 크게 감소했다. 올해는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현재 8.6명인 자동차 1만대당 사망자수를 2006년까지 미국 수준(1.9명)까지 낮추는 게 목표이다.”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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