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산가족 상봉, 이젠 제도화로

  • 입력 2002년 4월 29일 18시 17분


우리 민족만이 안고 있는 가슴 아픈 사연들이 금강산에서 다시 한번 펼쳐졌다. 칠순 할머니가 50여년 만에 만난 남편 손을 꼭 붙잡고 ‘떠날 때부터 애인 있었던 거 아니냐’고 다그치는 장면에서, 상봉 이틀 전에 세상을 떠난 모친 소식을 전하는 동생을 부둥켜안고 오열하는 북측 언니의 모습에서 분단의 아픔은 세월이 갈수록 오히려 더 절절해짐을 느끼게 된다.

이번 같은 상봉행사가 더 많은 이산가족을 대상으로 더 자주 열려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특히 고령으로 세상을 떠나는 이산가족 1세대가 속출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것이 촌각을 다투는 일임을 새삼 확인하게 한다. 현재 이산가족 정보통합센터에 등록된 남측 가족은 12만명에 육박하고 이들 중 상당수가 70세 이상 고령자들이다.

이런 사정을 감안할 때 면회소 설치 등 이산가족 상봉의 정례화 제도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문제다. 무엇보다 북측의 태도가 관건이다. 지금까지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남북관계의 그때 그때 분위기에 따라 일회성 이벤트성 행사로 치러졌던 게 사실이고, 1년 2개월 만에 열린 이번 4차 상봉도 그런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런 식의 상봉행사로는 미흡하다는 것을 북측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이번에 우리 측이 금강산을 상봉 장소로 수용한 것도 면회소 설치 문제 등에서 북측의 일보 진전된 자세를 기대한 것이다.

만남 자체야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일이겠으나 이번에 금강산을 찾은 우리 상봉단 중 일부가 휠체어를 타고 있던 모습은 보는 이의 마음을 안쓰럽게 했다. 평생 묻어둔 한이 얼마나 컸으면 노구를 휠체어에 의지해 먼 금강산행까지 마다하지 않았을까. 북녘 가족을 만나 회포를 푼 것이 나중에 오히려 병이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하다. 이들이 더 편안한 여건에서 더 자주 만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야말로 남북 당국이 서둘러야 할 일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