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전면전 치달아]野 ‘下野’만 빼고 모든카드 동원

  • 입력 2002년 4월 22일 18시 11분


野의원 시위
野의원 시위
한나라당이 22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2선 퇴진 요구까지 들고 나옴으로써 여야 관계는 예측불허의 벼랑 끝 대치 국면에 들어서게 됐다. 김 대통령의 사과, 세 아들의 비리의혹에 대한 특검 및 청문회, 대통령 탄핵, 그리고 정권 퇴진 등 ‘즉각 하야’ 요구만 나오지 않았지 한나라당이 쓸 수 있는 카드는 모두 동원한 셈이다.

특히 여야 대치의 핵심 쟁점인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의 거액 수수 의혹의 사실 여부에 따라 여당이든, 야당이든 치명적 상처를 입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나라당의 초강수〓한나라당은 5월 2일까지를 투쟁기간으로 정하고 소속 의원들에게 해외여행을 자제하고 전원 국내에 대기하라는 비상대기령을 내렸다. 또 25일 법사위를 여는 등 국회 상임위별로 전체회의를 열어 현 정권의 실정(失政)을 강도 높게 성토하라고 지시했다.

이재오(李在五) 원내총무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또 “24일 대구 경북, 28일 부산 경남에서 열리는 대선후보 경선이 끝난 뒤 가두시위를 벌일 것”이라며 “2만여명이 참여하는 26일 서울 여의도공원 집회도 예정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박관용(朴寬用) 총재권한대행은 당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극단적 용어를 사용하며 현 정권을 몰아붙였다. “김대중 정권은 권력의 심장부가 온통 썩었다. 건국 이래 가장 부패한 정권이다. 이런 경우(대통령의 세 아들이 비리의혹에 휘말리는) 외국에서는 대통령이 퇴진 당하는 것이 상례이다”는 내용이었다.

▽강경대응 배경〓한나라당이 이렇게 대여 초강수를 연발하는 배경에는 더 이상 밀리면 6월 지방선거와 12월 대통령선거에서 대세를 잡을 수 없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는 것 같다. 특히 노무현(盧武鉉) 바람에 흔들리는 영남권을 지키기 위해서도 현 정권의 부정부패를 집중적으로 부각시켜 정국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를 위해 한나라당은 이 전 총재의 거액수수 의혹을 제기한 민주당 설훈(薛勳) 의원 사무실을 찾아가 관련 증거 제시를 요구하는 등 시종 공격적 대응으로 일관했다. 거액수수의 당사자로 지목된 윤여준(尹汝雋) 의원도 의원직 사퇴서를 써서 당에 제출한 뒤 이만섭(李萬燮) 국회의장에게 “설 의원도 사직서를 쓰게 한 뒤 조사 결과 거짓말을 한 것으로 드러난 사람의 사직서를 수리하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한나라당은 미국에 도피 중인 최성규(崔成奎) 전 경찰청 특수수사과장의 검거를 위해 조웅규(曺雄奎) 엄호성(嚴虎聲) 의원을 현지에 급파했다.

▽민주당 대응〓민주당 측은 한나라당의 공세에 “한나라당이 과민하게 대응할수록 ‘진짜 숨기고 싶은 게 많은가 보다’라는 의혹만 커질 뿐”이라며 역공을 취했다.

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은 “우리는 그 누구의 잘못도 비호할 생각이 없고 비호할 수도 없다”며 “개개의 문제들이 법절차에 따라 처리되고 있는데도 그것을 빌미로 한나라당이 도를 넘는 정치공세를 펴는 것은 정치적 의도에 따른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현미(金賢美) 부대변인도 “한나라당과 윤 의원이 우리 당의 설 의원을 검찰에 고발해놓고 조사 결과는 지켜보지도 않고 농성을 벌이고 의원직 사퇴 운운하는 것은 아무래도 지나치다”며 “이런 과잉반응이야말로 설 의원의 주장에 신빙성을 더해준다”고 말했다.

송인수기자 issong@donga.com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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