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명단 객관성논란 가열

  • 입력 2002년 3월 1일 18시 36분


‘민족정기를 세우는 국회의원 모임’이 친일행위자 명단에 광복회가 제외했던 16명을 끼워넣은 데 대해 정치권의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한나라당 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은 1일 논평을 내고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는 일과 광복회에서도 문제를 제기한 분들까지 매도하는 것은 분명 구분돼야 한다”며 “이를 무시한 명단발표는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우리가 동시대에 함께 호흡했던 분들이 아닌데 젊은 국회의원들이 이런 식으로 재단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명단 선정 과정에서 사료가 충분히 반영됐는지도 의문이다”며 선정 동기 및 과정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이강두(李康斗) 정책위의장은 “몇 사람이 모여서 평가할 일이 아니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사안별로 여러 논란이 일 수 있는 만큼 일부 의원들에 의해 이뤄진 이번 친일행위자 명단 발표는 문제점이 적지 않다는 얘기였다.

당내 일각에서는 “명단 선정에 참여한 당소속 의원들에 대해 책임을 추궁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자민련 정진석(鄭鎭碩) 대변인도 “의원모임이 명단에 추가시킨 16명 중에는 시대의 선구자적 역할을 해온 분들도 있다”며 “친일이라는 모호하고 막연한 잣대로 이들을 매도하는 것은 지나쳤다”고 말했다.

김종필(金鍾泌) 총재도 “역사를 함부로 재단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의견을 밝혔다고 한 측근이 전했다

민주당은 1일 16명을 명단에 포함시킨 문제에는 직접 언급을 피한 채 친일행위자 명단 발표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 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은 논평에서 “곡절의 역사를 바로잡기 위한 국회의원들의 노력이 3·1절 83주년을 앞둔 시점에 첫 결실을 본 것은 뜻 있는 일”이라며 “이런 노력이 더욱 광범한 활동으로 이어지기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이런 반응 이면에는 명단에 한나라당 최돈웅(崔燉雄) 의원의 부친이 포함된 데다, 명단 발표를 계기로 이회창(李會昌) 총재 부친의 친일 의혹을 다시 쟁점화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듯하다.

그러나 당내에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한광옥(韓光玉) 대표는 개인적인 입장 표명을 자제했고, 주요 당직자들은 “명단 문제에 대해 당 차원에서 공식 개입해선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