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北끌어내기' 난관…北 꼼짝않고-'당근' 줄수도 없고

  • 입력 2002년 2월 24일 18시 12분


북한이 북-미 대화를 단호히 거부하고 나섬에 따라 ‘한미공조를 통한 북한 끌어내기’라는 한미 양국의 전략은 일단 난관에 부닥친 느낌이다. 현재로선 남북대화마저 조기 재개가 어려운 상황이어서 한반도를 뒤덮고 있는 ‘정체기류’가 장기화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북-미 관계의 악순환〓북한 정권과 주민을 분리 대응하겠다는 미 공화당 정부의 새로운 대북 접근법은 북-미 관계에 악순환을 초래할 것이란 지적이다. 즉, 출범초 대북정책 재검토 방침 때문에 경색됐던 북-미 관계가 작년 6월 핵 미사일 재래식 무기의 ‘포괄적 협상’ 방침으로 더욱 악화된 데다 이번에 인권문제까지 들고 나옴으로써 한층 더 상황이 복잡하게 꼬였다는 얘기다.

북한은 일단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북한 정권 비난 발언에 대해 ‘미국이 북한을 대화 상대로 여기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 같다.

북한은 무엇보다 빌 클린턴 전 행정부 때 ‘적대관계 청산’을 공식 발표했던 미국이 다시 자신들을 ‘적’으로 규정하는 것에 대해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이 ‘달라진 미국’을 인정하고, 새로운 입장을 정리한 뒤에야 북-미 대화의 물꼬가 트일 것이며, 그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남북대화의 어려움〓남북대화는 그 자체로도 정체 요인이 많다. 우선 정부가 국내정치적인 이유 등 때문에 북한이 바라는 전력 및 식량 등에 대한 지원에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또 정부는 북한에 대해 4차 이산가족 교환방문 재개를 위한 적십자 실무접촉(지난해 12월11일, 올해 1월29일)을 두 번 제안한 바 있어 북한이 반응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새로운 제안을 하기도 어려운 입장이다.

다만 북한이 아리랑축전(4월29일∼6월29일)에 남측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라도 남북당국 대화에 나올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는 갖고 있다. 따라서 적절한 시점이 올 때를 기다려비료 및 식량 지원 등을 유인책으로 해 남북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모색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난관 봉착한 한미공조압박〓한미 양국은 정상회담을 통해 굳건한 동맹관계를 기초로 대북포용정책을 함께 이끌자는 결론을 냈다.

그러나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와 재래식무기 문제를 한미 양국이 함께 접근한다는 구상은 남북대화에 임하는 정부의 입지를 결정적으로 축소시킬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그간 정부는 북한의 WMD 문제를 북-미간 의제로 넘기고 재래식무기는 남북한이 관계개선을 통해 순차적으로 접근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으나 이제는 이들 사안에 관한한 북-미 대화진전을 지켜볼 수밖에 없게 된 셈이다.한미 양국이 포괄적 동반자관계를 구축키로 한 것도 대테러전쟁 수행 과정에 한국이 전투병을 파병하는 등 적극 참여하는 상황으로 연결될 경우 북한을 더 움츠러들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부형권기자 bookum@donga.com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