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합의서가 실질적인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는 일차적으로 남북대화에 소극적인 북한의 태도에서 찾을 수 있다.
북한은 당시 옛 소련의 붕괴와 걸프전 발발 등으로 닥친 위기상황에서 남한과의 관계개선을 통해 활로를 찾기 위해 남북대화에 적극 나서 91년 10월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를 체결했다.
이 기본합의서는 남측에서는 국회 보고와 대통령 재가, 북측에서는 최고인민회의 승인과 고 김일성(金日成) 주석의 비준 절차를 각각 거쳐 발효됐다. 그러나 93년 초 핵위기가 불거진 이후 북한은 △화해 △불가침 △교류협력의 합의내용을 외면한 채 미국과의 직접 접촉에만 주력했다.
이처럼 기본합의서 이행에 부정적인 북한의 태도 때문에 현 정부도 남북대화시 기본합의서 이행을 전면에 내세우지 못해왔다. 남북정상회담 개최 합의서(2000년 4월8일)에도 7·4공동성명만 언급됐을 뿐 기본합의서 이행방안은 구체적인 의제에 포함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 이후 미국 측이 요구하고 있는 북한 대량살상무기(WMD) 확산 중지, 재래식무기 후진 배치 등에 대한 해결방안이 이미 기본합의서에 담겨 있다며 합의서 이행 중단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시하고 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