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대화재개 대가없다”

  • 입력 2002년 2월 14일 18시 02분


미국은 20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미간 대화채널의 격상 등 그동안 북한이 대화 재개를 위해 요구해 온 어떠한 전제조건도 수용할 수 없다는 단호한 방침을 최근 우리 정부에 전달해 온 것으로 14일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한미 양국 간에 정상회담의 의제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미국은 북-미간 대화를 위한 어떠한 대가도 북한에 줄 수 없다는 뜻을 밝혀왔다”며 “다만 북한이 대화에 나와 대량살상무기(WMD) 위협 해소에 호응해 준다면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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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현재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와 미 국무부 한국과 사이에 이루어지고 있는 북-미간 ‘뉴욕채널’에 대해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의 고위급 대화 수준과 비교하면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내기 위한 어떠한 새로운 제안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 측은 북-미간 대화가 재개되더라도 대화의 진전상황을 보아가며 식량지원 확대 등 대북지원책을 검토하자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의 고위 소식통도 13일 “한미 양국은 대북정책에 관해 이견(disagreement)은 없으나 시각차(difference)는 있다”고 인정하고 “미국은 유일 초강대국으로서 국제적 차원에서 북한을 보는 반면 한국은 분단이라는 지역적 특수상황 속에서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 고위 당국자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한미동맹관계를 재확인하고 북한의 WMD 문제에 대처해 나가는 양국의 공동노력 의지를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WMD 문제와 관련해 한미 양국은 19일 워싱턴에서 군축·비확산 관련 협의회를 열고 구체적인 공동 대응방안을 협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당국자는 이어 “한국을 처음 방문하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대북 포용정책에 대한 확고한 지지와 대북 대화 의지를 천명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방한기간 중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확대 및 단독정상회담을 비롯해 모두 3차례 정도 만나 대화를 나누게 될 것이라고 청와대 측이 밝혔다. 환영 리셉션에는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 등 여야 정당대표와 정책위의장 등도 참석한다.

한편 최성홍(崔成泓) 외교통상부 장관은 14일 데라다 데루스케(寺田輝介) 주한 일본대사를 만나 최근의 북-미 관계와 관련해 급격한 긴장 조성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일본 측에 설명했고, 데라다 대사도 “대화 유지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윤승모기자 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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