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무기’ 달래기서 뿌리뽑기로…경고발언 수위 높여

  • 입력 2002년 2월 5일 18시 09분


지난달 29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연두교서를 발표한 이후 계속 이어지는 북한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대한 미 고위 관계자들의 의구심 표명은 과거의 발언과 유사성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함의(含意)는 크게 다르다.

바로 9·11 테러를 계기로 미 고위 정책담당자들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가 미 본토를 겨냥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중앙대 제성호(諸成鎬) 교수는 5일 “미국은 과거 북한이 한두 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이 무기가 미국을 향한 위협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으나 9·11 테러 이후 정책담당자들의 시각이 180도 바뀌었다”고 말했다.

따라서 ‘불량국가(rogue state)’로 불리던 나라들이 WMD를 개발하고 수출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차단하는 일은 이제 미국이 주도하는 반테러전쟁의 핵심축이 됐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최근 햇볕정책에 대해 한미 간에 이견이 노출되는 것도 우리 정부가 미국 정책담당자들의 언급을 단선적으로만 파악해 ‘과거와 비교해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예단을 갖고 접근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미사일개발 및 수출에 대한 인식도 마찬가지다. 북한의 미사일수출이 이란 등과 연계됐다는 의혹 때문에 북한의 미사일 수출은 이제 테러지원이란 차원에서 해석되고 있는 것.

또 9·11 테러 이후 미국 전역에 퍼진 탄저균 공포는 이미 오래 전에 확인된 북한의 생화학무기 보유 문제에 대해서도 미 정부로 하여금 촉각을 곤두세우게 만들었다.

물론 미국의 잇단 강경발언에 대해 의혹의 시선도 없지 않다. 미국이 북한의 WMD 개발에 대해 이미 알려진 재료들을 ‘재활용’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부시 정권이 △클린턴 정권의 대북정책의 오류를 강조하고 △한국에 대한 무기판매 등 통상압력을 강화하며 △엔론게이트 등 추문을 덮으려는 차원에서 대북강경 대응을 들고 나왔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미국이 불량국들의 WMD 개발 움직임을 근절하는 강경한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했다는 데에 이견이 없다. 따라서 우리 정부의 대응방안도 새로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위협에 대한 미국측 발언수위 비교
무기항목최근 강경한 언급과거 유사발언
미사일북, 미사일 수출 확대 및 시스템 성능개선 주력(2월3일 파월 미 국무장관)북, 미사일 수출 계속 및 대포동 1,2호 설계 중(96년4월 미 국방부 발표)
사거리 1만㎞ 이상인 대포동 2호 미사일 설계 개선 중인 것으로 추측(1월8일 CIA 보고서)북이 미국 본토 공격할 사거리 1만㎞ ICBM 개발 중(98년7월 미 의회보고서)
북, 핵무기 1,2개 생산 가능(1월30일 미 CIA 보고서)북, 핵폭탄 적어도 1개 제조 능력(94년5월 울시 CIA국장)
생화학북, 광범위한 화학요소와 생물학요소 생산(1월30일 미 CIA 보고서)북, 고강도 화학무기와 치명적 생화학무기 보유(97년6월 미 CIA 회람 자료)
북의 생물무기 개발 정보 확신(작년 11 월, 볼튼 미국무부 차관)한국 및 미군, 북의 화학무기 공격대상 가능성(97년5월 미 국방보고서)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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