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반도전문가 의견 "北변화 없어 강경책 선회"

  • 입력 2002년 2월 1일 18시 35분


북한을 ‘악의 축’ 이라고 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발언과, “북한의 체면을 살려줄 필요가 없다”는 토머스 허버드 주한 미대사의 발언에 대해 워싱턴의 한반도문제 전문가들은 “대북정책에 대한 한미 정부간 시각차를 극명하게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이들에 따르면 부시 행정부는 △2003년까지인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유예시점이 2003년 1월까지인지 12월까지인지 불분명하고 △경수로 부품 인도와 함께 받게 돼 있는 핵사찰도 사찰에만 4년 정도의 시간이 걸리므로 적어도 올해부터는 사찰 준비협상이 시작돼야 하는데 북한이 응하지 않고 있으며 △북한이 대포동 미사일 개발을 끝내고 생화학탄두를 장착하게 될 경우 사태는 걷잡을 수 없어지기 때문에 대북 강경기조를 새롭게 천명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헤리티지 재단의 래리 워첼 아시아 담당국장은 1일 “부시 대통령의 대북관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하고 “그의 대북정책은 매우 실용적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북-미대화가 이뤄지려면 북한은 대량파괴무기 개발을 포기하고, 핵사찰을 허용해야 하며, 일본 적군파들을 돌려보내는 조치를 먼저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 붕괴 불가피론을 주장해온 허드슨 연구소의 로버트 듀자릭 연구원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북한의 체면을 세워줘야 한다’고 했지만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은 김 대통령에게 모욕만 안겨줬다”며 “미국은 북한의 체면을 세워줄 필요가 없다는 데 공감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정부는 포용정책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하나 ‘북한의 목을 조르는 압박정책(real strangulation of North Korea)’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도성향의 데이비드 스타인버그 조지타운대 아시아연구소장은 “김 대통령이 남은 임기 중 미국과 대북정책에 대해 이견을 좁히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그러나 김 대통령은 이를 위한 기초작업을 할 수 있으며 그 위에서 누구든 한국의 차기 대통령이 부시 행정부와 대북정책을 새로 조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 포용정책을 지지하는 돈 오버도퍼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서울 한미 정상회담(20일)에서 두 지도자는 대외적으론 이견을 좁힌 것처럼 행동하겠지만 실제로는 차이를 좁히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부시 대통령의 발언은 즉흥적인 것이 아니라 충분한 검토를 거친 것이어서 의미가 다르다”며 “그러나 이는 미국이 북한과 미사일 협상을 벌여온 사실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모든 진실을 반영하지는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욕〓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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