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시 첫 1년, DJ 마지막 1년

  • 입력 2002년 1월 20일 18시 19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어제 날짜로 집권 1주년을 맞았다. 반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임기는 이제 1년 남짓 남았다.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지난 1년간 한미(韓美)관계 및 한반도 주변의 상황을 지켜본 우리로서는 ‘앞으로 1년’에 대한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 한미 관계는 어느 한 쪽에서 정권의 변동이 있을 때마다 요동을 치기엔 우리에게 너무나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지난 1년간 북-미(北-美)관계는 정체상태를 면치 못했고 이는 부시 행정부 내 외교안보팀의 면면을 볼 때 처음부터 예상됐던 일이었다. 9·11 테러 참사로 미국의 외교정책에서 북한의 우선순위가 뒷전으로 밀렸다는 것도 익히 알려진 대로다. 문제는 그 사이 ‘북한을 어떻게 다룰 것이냐’는 문제를 둘러싼 한미간 인식 차의 해소에 과연 어떤 ‘진전’이 있었느냐는 점이다.

우리가 보기에 한미 양측은 지난 1년간 이 부분에 관한 한 평행선을 달려왔다고 생각한다.

물론 표면적으론 양국은 ‘한미 공조체제에 이상 없음’을 누차 강조해왔다. 그러나 내면적으로 김대중 정부는 한미일의 양보를 전제로 한 선공후득(先供後得) 정책을 고수해온 반면 미국은 작년 6월 ‘북과 조건 없이 대화하겠다’는 정책 기조를 천명했음에도 철저한 검증 및 상호주의를 강조하던 원래 입장에서 조금도 후퇴하지 않고 있다.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한미 공조체제라는 점에서 양국간의 이 같은 ‘내면적 불협화 상태’는 바람직하지 않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이런 상황이 앞으로도 계속될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김 대통령은 14일 연두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하기로 결정한 이상 북한의 체면을 세워주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는데, 이는 김 대통령의 대북문제 해법이 종전 입장에서 바뀌지 않았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자신은 바꾸지 않으면서 상대방에게 먼저 바꾸라고 한다면 과연 그게 가능하겠는가.

우리는 김 대통령이 이제부터라도 대북정책에서 미국측과 이해의 폭을 넓히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무엇보다 김 대통령의 ‘유연한 사고’가 전제돼야 한다고 믿는다. 북한 문제는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북아 안보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주변 4강, 특히 미국과의 공조체제가 현실적으로 가장 중요하다.

내달 20일로 예정돼 있는 한미 정상회담은 대북 공조체제를 새롭게 다지는 계기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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