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의 잇단 '연방제 통일' 주장

  • 입력 2002년 1월 8일 18시 28분


올 들어 북측의 관영 매체들이 6·15남북공동선언의 실천과 연방제 통일을 부쩍 자주 강조하고 있다. 이 공동선언이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과 남측의 ‘연합제안’의 공통성을 인정한 것은 ‘연방제 통일을 지향해 나갈 것을 유일한 방도로 밝힌 것’(7일·평양방송)이라고 북측은 주장한다.

남북의 최고지도자가 직접 만나 통일방안에 관해 그렇게 합의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북측이 말해온 대로의 ‘연방제’ 방식으로 통일할 것에 합의해 준 것은 아니다.

결론부터 말해, 정치학 교과서대로의 연방제라면 앞으로 적절한 시점에 논의할 수 있겠으나 북측이 지금까지 제의해온 내용대로의 연방제는 타협의 여지가 없다고 우리는 주장한다. 통일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전제로 해야 한다는 것은 우리 국민 대다수가 동의하는 최소한의 원칙이다. 그런 점에서 공동선언에서 밝힌 내용은 앞으로 남북 양측이 서로의 통일 방안을 폭넓게 논의해 보자는 수준 정도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북측이 이처럼 자기방식의 해석을 반복하게 된 배경에 6·15공동선언 당시 김대중(金大中) 정부가 보여준 불투명한 태도도 한 원인이 됐다고 생각한다. 북측이 말하는 ‘낮은 단계의 연방제’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것이 화해 협력 남북연합 등 단계적 접근을 꾀하는 우리측 통일 방안과 어떤 접점을 찾을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정부가 그동안 분명한 대답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뜻이다.

또 공동선언이 말한 남측의 ‘연합제’가 김대통령이 대통령으로 선출되기 이전에 정치인으로서 내놓았던 ‘국가연합제’를 뜻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 이전의 정부들이 발표했던 ‘남북연합’을 말하는 것인지 확실치 않은 점도 불투명성을 가중시켰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어느 다른 항목들보다도 통일방안에 관한 이 항목은 정부가 국민의 동의없이 일방적으로 북측에 합의해준 대표적 사례라고 하겠다. 김 대통령은 야당(민주당)의 공동대표이던 1992년 2월17일 “남북합의서를 대통령 서명만으로 발효시키는 것은 명백한 위헌이며, 정부는 비준서 교환을 다소 지연시키더라도 국회 심의와 동의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왜 그 절차를 밟지 않았는가. 국회 심의와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6·15공동선언은 위헌이 아닌가.

통일 방안에 대한 논의는 이 땅에 뿌리내리고 사는 모든 이들의 장래를 규정짓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마땅히 우리 내부의 다양한 의견수렴과 동의의 절차를 거쳐야 하며, 그렇지 못할 때에는 국론분열의 원인이 될 소지가 크다. 이번과 같은 북측의 주장도 거기서 비롯됐다고 우리는 믿는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