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政街 뜬 별 진 별]안동수 충성메모…43시간 최단명 장관

  • 입력 2001년 12월 23일 17시 57분



《인터넷에서 정치인과 각료 등 295명을 대상으로 38만여명의 네티즌이 사이버 주식 거래를 하는 정치증권 사이트인 ‘포스닥(www.posdaq.co.kr)’의 주가 시황도 격렬했던 2001년 정치판의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포스닥 주가 추이▼

▽DJ주 꾸준한 하락세, 이회창주 연말 급락〓이른바 ‘황제주’로 99년 7월 포스닥 개장 이후 최고가를 달리던 DJ(김대중·金大中 대통령)주는 연초부터 하락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연초 DJ주는 25만원대에서 시작했으나, ‘강한 여당’을 표방한 이후 건강보험재정 파탄 등의 악재가 겹치자 4월 19만원대, 6월 15만원대로 하락했다.

DJ주는 한때 35만원대까지 올랐으나 10·25 재·보선 완패와 민주당 내분, 두 아들의 ‘진승현 게이트’ 연루설까지 보도되면서 16만원대로 마감하는 분위기다. 당 총재직 사퇴 이후 약간 반등세를 보이기도 했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주가는 상반기 18만∼20만원대를 꾸준히 유지하는 등 큰 변동을 보이지 않았다. 9월 초 한때 30만원대까지 올랐으나 교원정년 연장을 추진하면서 ‘거여(巨與)의 오만’이라는 비난이 일자 하락세로 돌아섰다. 23일 현재 7만4000원대에 머물러 있다.

▽‘구태주’ 하락 ‘개혁주’ 상승〓자민련 교섭단체 구성을 위해 당적을 바꾼 ‘이적 4인방’에 대한 네티즌들의 평가는 냉혹했고 이들의 주가는 최하위권을 맴돌았다. 배기선(裵基善) 송석찬(宋錫贊) 송영진(宋榮珍) 의원 등은 이적 직후 주가가 4800∼6600원으로 꼴찌에서 1∼3위를 나란히 기록했고, 장재식(張在植) 의원도 6만원대에서 2만원대로 하락했다.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 상실 위기에 놓이자 의원직을 사퇴한 이후 10·25 재·보선에 출마해 다시 원내에 진입한 한나라당 최돈웅(崔燉雄) 의원도 6000원대로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반면 개혁파로 불리는 민주당 천정배(千正培) 신기남(辛基南)주는 연중 상위권을 형성했다. 정동영(鄭東泳)주는 4월 정풍파동 때 권노갑(權魯甲) 전 최고위원과 대립각을 형성하면서 이틀새 10만3000원에서 12만원으로 오르기도 했다.

연초 ‘기대주’로 각광받았던 김민석(金民錫)주는 당내 소장 개혁파들과 노선을 달리하면서 6월 이후 기세가 꺾여 연말엔 10만원대 안팎을 오르내리고 있다.

▽대선 예비주자는 ‘기대주’(?)〓대선후보 경선 출마를 선언했거나 강력히 시사한 이들의 주가는 대개 높았다. 네티즌들에게서 인기가 높은 노무현(盧武鉉)주를 비롯해 개혁 이미지의 김근태(金槿泰)주, 정동영주는 연중 최상위권을 형성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회창 총재에 이어 부동의 2위를 고수하고 있는 이인제(李仁濟)주는 35만∼45만원대 안에서 시세를 형성하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이후엔 15만원대까지 떨어졌다.

한화갑(韓和甲) 박근혜(朴槿惠)주 등도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했다. 반면 김종필(金鍾泌) 주는 9월 DJP 공조 붕괴 이후 8만5000원대에서 3만원대로 뚝 떨어졌으며, 현재는 7000원대로 바닥을 기고 있다.

한편 내년 대선을 앞두고 각 진영들이 포스닥 주가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한때 ‘주가 조작’이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또 대개 젊은 네티즌의 의견이라는 점에서 일반 국민의 평가와는 차이가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정용관기자>yongari@donga.com

▼'권력무상' 엇갈린 명암…박지원 야인으로▼

정치인들의 부침(浮沈)은 올해도 무상했다.

‘왕수석’으로 불렸던 박지원(朴智元) 전 대통령정책기획수석비서관은 10·25 재·보선 패배 이후 민주당 쇄신파들의 거센 요구에 밀려 전격적으로 자진 사퇴를 선언하고 다시 ‘야인’으로 돌아갔다.

지난해 말 민주당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권노갑(權魯甲)씨는 올해 3월 서울 마포에 사무실을 내면서 재기를 시도했으나, 곧바로 당내 쇄신파들로부터 ‘인적 청산’의 핵심 인물로 지목돼 곤경을 치렀다.

민주당 김홍일(金弘一) 의원도 ‘진승현 게이트’를 비롯해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이름이 오르내려 정치를 시작한 이후 가장 힘든 한 해를 보냈다. 그는 13년 전(88년) 대우그룹 김우중(金宇中) 회장으로부터 ‘어마어마한 돈이 든 사과상자’를 받았다는 폭로까지 이어져 뒤숭숭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

반면 민주당 한광옥(韓光玉) 대표는 대통령비서실장 시절 쇄신파들로부터 ‘쇄신 대상’으로 지목되기도 했지만, ‘총재 없는 민주당’의 대표로 제2창당을 주도하고 있다.

각료 중에는 안동수(安東洙) 전 법무부장관이 ‘충성메모’ 파문으로 임명된 지 43시간 만에 물러났다. 5월의 일이었다.

국세청장으로 언론사 세무조사를 지휘한 안정남(安正男)씨도 9월 건설교통부장관이 됐지만 ‘부동산 파문’으로 24일 만에 낙마했다. 반면 김명자(金明子) 환경부장관은 국민의 정부 ‘최장수’ 장관으로 아직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또 신승남(愼承男) 검찰총장은 ‘이용호 게이트’ 관련 의혹을 받은 동생 문제가 계기가 돼 국회 탄핵 직전까지 몰렸다. 그는 두 차례나 탄핵 대상이 되는 기록을 남겼다.

이무영(李茂永) 전 경찰청장은 지난달 퇴임 직후부터 의욕적으로 전북지사 출마 준비를 했으나 ‘수지 김 사건’이라는 뜻밖의 암초에 걸려 구속됐다.

한편 한나라당의 홍준표(洪準杓)씨는 10·25 서울 동대문을 재선거에서 당선해 화려하게 의정 단상에 복귀했으나, 그와 맞붙었던 민주당 허인회(許仁會)씨는 낙선에 이어 진승현씨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사실까지 드러나 명암이 확연하게 엇갈렸다.

<정용관기자>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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