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율 2% 인하되면]기업부담 2003년 1조5000억 경감

  • 입력 2001년 12월 19일 22시 18분


국회 재정경제위가 법인세율 2%포인트 인하를 결정함에 따라 기업들은 2003년부터 약 1조5000억원가량의 세금을 경감받게 됐다. 다음해 소득에 대해 법인세를 예납하는 비율을 감안할 때 내년에도 약 3000억원은 경감받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그만큼 다른 곳에 투자할 여력이 생겨 경기활성화에도 어느 정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세출예산을 그대로 놔둔 채 법인세만 깎아 재정 압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와 내년 법인세 세수규모는 16조2000억원 정도. 이는 국세의 16.7%로 부가가치세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규모다.

법인세율 인하로 1조5000억원가량이 덜 걷히게 되면 정부는 세출예산을 줄이거나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경기침체기에 예산을 줄이기가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부족한 돈은 국채를 발행해 메울 수밖에 없으며 후손의 부담으로 남게 된다.

게다가 내년부터는 공적자금 상환부담이 적지 않다. 원금과 이자를 합쳐 내년에는 정부 예산안(112조6000억원)의 10.9%에 달하는 12조3000억원을 갚아야 한다. 2003년부터 2006년까지 4년간은 매년 26조∼27조원을 상환해야 한다. 그러나 법인세율을 내림으로써 외환위기 때 적자로 돌아선 재정을 2003년부터 균형재정으로 회복시킨다는 목표는 달성하기 어렵게 됐다.

진념(陳稔)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이 “세율을 내리는 것은 법인세 감면 등을 축소함으로써 전체 세수에 변동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여러 차례 밝힌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경기활성화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낮아진 법인세율은 내년에 발생한 소득에 대해 2003년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내년 경기활성화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또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한국전력 포항제철 등 10대 기업의 법인세 비율이 23%나 된다. 또 제조업체의 25%에 달하는 적자 기업은 세율 인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한다.

이준구(李俊求) 서울대 교수는 “일시적인 경기침체에 대처하기 위해 항구적인 조세상의 변화를 추구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반면 재계는 법인세율 인하에 대해 “국내외 경기침체로 고전 중인 기업들에게 ‘단비’와 같은 효과를 낼 것”이라며 환영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김석중(金奭中) 상무는 “이번 조치로 기업들의 투자 의욕이 어느 정도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며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일본 엔화가치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던 수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는 법인세 인하의 혜택이 흑자를 내는 일부 우량기업에만 돌아갈 뿐이라는 냉소적 반응도 있다. A기업 대표는 “이익을 많이 낼 수 있도록 전반적인 기업경영 환경부터 개선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홍찬선기자>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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