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개혁파 제3세력화 시동?…중진5명 개헌촉구 배경

  • 입력 2001년 12월 10일 18시 18분


10일 여야 중진의원 5명이 개헌론을 공론화한 것은 현실적인 실현 가능성을 차치하고 일단 정치권에서 누군가 논의의 물꼬를 터야 할 화두(話頭)를 선점했다는 의미 부여가 가능할 듯하다.

현행 5년 단임제가 87년 6·29선언 이후 여야 협상과정에서 타협안으로서 만들어진 다소 ‘기형적’ 체제라는 점에는 그동안 정치권 안팎에서 이견이 없었다. 특히 대통령 임기와 국회의원 및 광역자치단체장 임기가 일치하지 않음으로써 임기 중 총선과 지방선거가 불가피해 항상 정부 운영이 정치논리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는 문제 제기가 학계에서 끊임없이 던져져 왔다.

다만 현재로선 이들이 제시한 ‘내년 지방선거 전 정 부통령제 및 4년 중임제 개헌 완료→차기 대통령은 새 헌법에 의한 선출’이란 개헌 일정은 사실상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게 여야의 주된 반응이다.

무엇보다 여야 양쪽의 비주류인 이들이 독자적으로 개헌을 추진할 수 있을 만큼 세를 규합하는 일이 불가능하기 때문. 또 이들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게 ‘여야간 합의에 의한 개헌 추진 노력’을 촉구하긴 했지만 민주당 총재직까지 사퇴한 김 대통령으로서는 ‘개헌〓정계개편’으로 인식돼 있는 현 상황에서 섣불리 개헌 추진에 나서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비교적 개헌에 긍정적인 의원들이 많은 민주당 내에서조차 “대선을 1년밖에 남겨놓지 않은 지금 개헌이 가능하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또 이미 개헌에 반대한다는 뜻을 거듭 밝혀온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 측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이들이 개헌론을 공론화한 배경에 대해 대권경쟁의 와중에서 좁아져 가는 개혁파의 입지를 되살리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론 실제 개헌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이미 폭넓게 확산돼 있는 만큼 경우에 따라서는 DJ의 총재직 사퇴 이후 급변하는 정치상황 속에서 이들의 개헌공론화가 정치권의 새로운 지각변동의 불씨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김정훈기자>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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