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예비주자들 중복출마 금지에 선택 기로]"후보냐 대표냐"

  • 입력 2001년 12월 6일 18시 37분


《민주당 ‘발전과 쇄신을 위한 특별대책위’가 대선후보와 당대표(최고위원 포함)의 중복출마 금지 방침을 정함으로써 민주당의 향후 경선 구도에 복잡한 파장이 일고 있다. 당장 당내 예비주자들은 전당대회 이전에 ‘후보냐, 아니면 대표냐’의 기로에서 선택을 강요당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한화갑(韓和甲) 상임고문측이 이에 극렬히 반발하고 있으나 이미 이 흐름은 민주당에서 대세를 이루고 있는 분위기다.》

▽대중성-당기반 약한 주자

지금까지 이인제(李仁濟) 한화갑 노무현(盧武鉉) 김중권(金重權) 김근태(金槿泰) 정동영(鄭東泳) 상임고문 등 예비주자들은 모두 ‘대권’에 직간접적인 관심을 표명해 왔다.

이들 중 상당수는 “일단 대권을 향해 일로매진(一路邁進)하다가 여의치 않으면 당권으로 선회한다”는 계산을 하고 있었던 게 사실. 그러나 중복출마 금지 조치로 이 같은 계산은 빗나갈 수밖에 없게 됐다.

특히 총재제도가 폐지되고 합의제에 기초한 집단지도체제가 도입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당권의 매력은 더욱 줄어들었다. 문제는 이제 후보에 도전했다가 실패했을 경우 그나마 당권 배분 과정에서조차 소외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대중적 지지도에서 앞서고 있는 이인제 노무현 고문이나 상대적으로 당내 기반이 튼튼한 한화갑 고문은 대권 쪽을 확실히 겨냥할 채비지만 다른 예비주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받은 대표 경쟁

아예 당권을 목표로 뛰는 인사들도 나타나고 있다. 김원기(金元基) 상임고문이 대표적인 인물로 조만간 당권도전 선언을 할 예정.

이달 17일 후원회를 개최하는 박상천(朴相千) 상임고문도 아직은 당권과 대권도전 사이에서 저울질을 하고 있으나 당권 쪽에 좀 더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전언이다.

가장 큰 변수는 당내 상당한 세를 확보하고 있는 한광옥(韓光玉) 대표의 의중이다. 한 대표는 지난달 대선후보 출마 여부에 대해 “일단 당을 추스르고 수습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그때 가서 생각해 볼 일이며 가능성은 반반”이라고 말했었다.

이밖에 정대철(鄭大哲) 상임고문이나 정균환(鄭均桓) 의원 등도 대표나 최고위원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다.

대선후보를 향해 뛰던 예비주자들이 막판에 당권으로 돌아설 경우 대표나 최고위원 경쟁률은 더욱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난해한 ‘짝짓기’ 구도

당초 민주당 내에서는 ‘한광옥+이인제+동교동계+중도개혁포럼’의 느슨한 연대와 ‘한화갑+노무현+김근태+정동영+쇄신연대’의 합종연횡구도라는 두 가지 큰 흐름이 존재했었다.

하지만 당권의 약화가 예상되면서 예비주자들이 너도나도 대권 쪽으로 방향을 튼 데다 특대위가 후보와 대표 중복출마를 금지키로 결정하면서 ‘짝짓기’ 구도 또한 흐트러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당대회 직전 각 주자들이 ‘후보냐, 대표냐’의 진로를 결정한 뒤에야 대선후보 출마자들과 당대표 출마자들간의 연대가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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