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두번 울린 무사안일 행정…정부 "해방후 주소 달라져 통보 불가능"

  • 입력 2001년 12월 6일 18시 36분


광복 50년이 지났지만 ‘한일 과거사 청산’에 대한 정부의 무심하고 한심한 행정이 ‘일제하 징용 징병자’ 유족들을 울리고 있다.

학계에 따르면 징용 징병자 직계 유족 중 현재 생존자는 최소한 15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정부가 그동안 확보한 징용 징병자 기록 중 특히 71년 10월 당시 재무부(현 재정경제부)가 전후 보상 문제를 다루는 과정에서 일본 정부로부터 넘겨 받은 ‘군인 군속 전사자 명부’에 기록된 2만1699명의 유족에게만이라도 사망 사실을 알렸다면 제삿날도 모르고 부모의 제사를 지내는 국민이 줄어들었을 것이란 지적이다. 이 자료는 외교통상부에서 잠자고 있다가 92년에야 정부기록보존소로 넘어갔다.

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30년 넘게 징병 징용자 기록을 방치한 이유에 대해 “창씨개명된 성이 적혀 있고 알아보기 힘든 글씨가 너무 많았다”고 설명했다.

또 정부기록보존소 직원은 “본적지와 주소도 일제강점기의 주소와 현재의 주소가 너무 다를 뿐만 아니라 어디에 살고 있는 줄도 모르는데 일일이 연락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외교부 동북아1과 관계자는 그동안 우리 정부가 받은 4차례분의 자료중 가장 중요한 자료인 71년의 ‘군인 군속 전사자 명부’는 전체 숫자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일본측이 71년의 자료와 93년에 넘겨준 자료의 명단은 중복되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

유족들은 “유족에게 기록을 넘겨 받은 사실조차 통보하지 않은 것은 한마디로 공무원들의 체질화된 무사안일과 무성의 때문”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41년 강제 징집당한 뒤 야스쿠니신사에 유골이 합사된 아버지를 둔 이희자씨(60)는 “한자와 일본어를 조금만 알면 충분히 알아볼 수 있다”면서 “시도별로 우선 분류한 뒤 각 지방자치단체에 기록을 넘겨 주었다면 상당수는 연락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태평양전쟁 피해자 보상추친협의회 김은식(金銀植) 사무국장은 “징병 징용자 유족 중에는 아직까지 생사를 몰라 애태우는 사람이 많은데 이들이 날이 갈수록 사망하거나 치매에 걸리는 경우가 많아 문제”라고 안타까워했다.

<이호갑기자>gdt@donga.com

▽징용·징병 관련기록을 연람할 수 있는 정부기록보존소

이름

주소

전화번호

정부기록보존소 서울사무소

서울 종로구 창성동

02-720-2721

정부기록보존소 본소

대전 서구 둔산동

042-481-6263

정부기록보존소 부산사무소

부산 연제구 거제2동

051-550-8000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