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탄핵공방]"출석 안하면 탄핵발의 불가피"

  • 입력 2001년 12월 4일 18시 48분


《신승남(愼承男) 검찰총장의 5일 국회 법사위 출석 여부가 정국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 이 사안에 대해 촌보(寸步)도 양보할 생각 없이 맞부닥치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당사자인 신 총장도 ‘검찰권 독립’을 내세워 국회 출석 요구에 불응할 뜻을 견지하고 있어 여야 사이에는 화약냄새가 번져 가는 분위기다.》

▼벼르는 한나라 "출석 안하면 탄핵발의 불가피"▼

이재오(李在五) 원내총무는 “신 총장이 출석하지 않으면 바로 탄핵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신 총장이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관행을 내세워 국회 출석을 거부하는 것은 국회의 권위를 훼손하는 것이어서 묵과할 수 없다는 게 그 이유였다.

이 총무는 “신건(辛建) 국가정보원장에 대해서 법적 검토를 거쳐 탄핵이 가능하다는 판단이 서면 신 총장과 함께 탄핵안을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탄핵안을 낼지, 아니면 국회 차원에서 고발을 할지 등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확답을 미뤘다.

실제로 탄핵안을 내게 되면 헌법재판소가 이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리기까지의 3개월 동안 검찰권이 공백 상태가 되는 등 이에 따른 부담이 적지 않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얘기였다.

이회창(李會昌) 총재도 대전 지역 기자 간담회에서 “신 총장이 불출석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물음에 “가정을 전제로 답하지 않겠다. 상황을 지켜보자”고 말했다.

하지만 당내에는 “신 총장이 국회 출석 요구를 공식 거부하면 탄핵 발의가 불가피한 것 아니냐. 교원정년 연장과 달리 검찰총장 탄핵 건은 국민 여론도 지지 쪽이어서 강행해도 무리가 없다. 차제에 공적자금의 부실 관리 등의 책임을 물어 내각 총사퇴를 요구하며 밀어붙여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탄핵안 처리 시기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했다. 탄핵안은 국회 본회의 보고 후 24∼72시간에 처리해야 하나 정기국회 회기가 8일로 만료돼 표결 일정을 잡을 수 있을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김창혁기자>chang@donga.com

▼거드는 자민련 "나오면 매듭"▼

김학원(金學元) 원내총무는 “신 총장이 법사위에 출석해 ‘3대 게이트’ 수사과정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성의있게 보고한다면 탄핵소추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신 총장이 불출석할 경우에 대해선 “그때 가서 보자”고만 말하고 “검찰총장 출석문제로 정국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며 민주당과 한나라당을 함께 비난했다. 그는 또 양당 총무들에게 탄핵 문제를 조속히 마무리지으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정진석(鄭鎭碩) 대변인은 특히 “한나라당은 신 총장에 대한 ‘체벌과 단죄’에 중점을 두고 탄핵을 추진하고 있지만 우리는 검찰의 자성과 책임 의식을 촉구하는 데 목적이 있다”며 2야(野)의 입장이 서로 다름을 강조했다.

<박성원기자>swpark@donga.com

▼발끈한 민주당 "巨野의 오만"▼

한나라당의 신 총장 탄핵 움직임이 또 다른 ‘거야의 오만’임을 부각시키려고 노력하면서 한나라당이 탄핵을 강행할 경우 실력 저지를 공언하고 있다.

이상수(李相洙) 원내총무는 “검찰총장의 국회 출석 문제는 검찰이 알아서 할 일이지만 한나라당이 탄핵을 제기한다면 모든 방법을 동원해 저지하겠다”며 “저지하는 방법은 탄핵안을 법사위로 넘기거나 본회의에 넘어가지 못하게 하는 등 여러 방법이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그러면서 한나라당이 이 총재의 ‘국민 우선 정치’ 노선에 따라 교원정년 연장 법안처럼 탄핵안에 대해서도 ‘U턴’을 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은 “한나라당이 또 다시 탄핵소추를 강행한다면 이 총재가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오직 대권에만 골몰해 공권력을 무력화시키려 한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만섭(李萬燮) 국회의장은 탄핵안 처리에 대해 “여야 합의에 따라 법대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

▼버티는 검찰 "절대 못나가"▼

대검찰청은 4일 신승남(愼承男) 검찰총장이 국회에 출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은 불변이라고 밝혔다. 대검 간부들은 이날 긴급회의를 열어 검찰총장 국회출석 불가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검 간부는 “일선 검찰청의 의견을 다시 들어본 결과 검찰총장이 국회에 출석해선 안 된다는 의견이 더 많아졌다”고 전했다.

신 총장은 특별한 언급 없이 대검 간부들의 의견을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은 야당이 검찰총장 탄핵소추안을 의결할 경우 검찰총장은 탄핵소추의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로 헌법소원을 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반면 일부 검사장들과 평검사들은 “총장이 증인으로 채택된 이상 국회에 출석할 수밖에 없고 다만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한 질의를 받으면 정당한 이유를 밝히고 답변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정위용기자>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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