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잃은 여권 앞날]민주당 쪼개지나

  • 입력 2001년 11월 8일 18시 39분


침통
김대중(金大中) 총재가 없는 민주당의 전도는 지금까지보다도 더욱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으로는 당권 및 대권 경쟁이 격화되고, 밖으로는 정계개편의 외풍(外風)에 휘말려들 가능성이 크다.

당권 및 대권 경쟁은 크게 이인제(李仁濟) 전 최고위원 대 반(反) 이인제 그룹, 권노갑(權魯甲) 전 최고위원 대 한화갑(韓和甲) 전 최고위원의 두 축을 중심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당장 양 진영은 전당대회 시기를 놓고 대립하고 있다. 한화갑 전 최고위원 진영의 설훈(薛勳) 의원은 8일에도 “이제 빨리 내년 1월 전당대회를 준비해 총재를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이인제 전 최고위원 진영의 박범진(朴範珍) 전 의원은 “무슨 소리냐. 1월은 시기상조다. 물리적으로도 어렵다”며 내년 4월 전당대회에서 총재와 후보를 함께 선출해야 한다고 맞섰다.

각 진영이 이미 세몰이에 돌입한 상황에서 10·25 재·보선 참패를 목격한 수도권 출신의 영입파들 및 쇄신파동 과정에서 동교동계와 적대관계를 형성한 소장개혁파들의 향배가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쇄신연대를 결성했던 5개 개혁모임도 ‘이인제 대 반 이인제 그룹’으로 자연스럽게 분화하면서 각축구도에 편입될 것으로 보인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총재직을 내놓았지만 경선 관리를 동교동 구파 성향의 한광옥(韓光玉) 대표에게 맡긴 점, 정균환(鄭均桓) 전 총재특보단장이 이끄는 중도개혁포럼이 한 대표 체제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점 등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권 및 대권 경쟁에서 동교동계가 중심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의미였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의 총재직 사퇴로 소장파들이 권 전 최고위원을 몰아붙일 명분이 없어진 만큼 권 전 최고위원도 이제부터는 보다 적극적으로 당권 및 대권 경쟁의 조정자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일각에서 “이건 쇄신파에 대한 DJ의 역(逆) 쿠데타다. 당이 깨질 것도 각오한 승부수가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민주당 내분은 새로운 라운드에 접어든 셈이다.

<김창혁기자>cha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