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노갑씨 장기외유 건의…與 내분수습 실마리 풀리나

  • 입력 2001년 11월 7일 02시 53분


여권 핵심부가 쇄신파들의 표적이 돼온 권노갑(權魯甲) 전 최고위원의 장기외유를 건의한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여권 내분의 수습 실마리가 풀릴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물론 이 같은 방안에 대해 권 전 최고위원 진영은 6일 밤 “언제까지 희생양 역할을 하라는 말이냐”며 격렬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권 전 최고위원의 거취가 장기외유쪽으로 가닥이 잡힐 경우 쇄신파들의 요구가 상당부분 충족되는 만큼 여권은 내홍(內訌)에서 탈피해 새로운 국면전환을 꾀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6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귀국한 직후 장기외유설이 퍼지자 권 전 최고위원 진영은 일체의 외부접촉을 차단했다. 이에 따라 권 전 최고위원과 가까운 인사들의 반응도 기류가 엇갈렸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6일 밤 9시가 지나면서 권 전 최고위원 진영에 이상기류가 감지됐다”고 말했고 또 다른 관계자는 “내일(7일) 아침 기자들이 바쁘게 될 수도 있다”고 상황변화를 예고했다. 그러나 권 전 최고위원과 통화한 한 인사는 “별다른 징후가 없었다”고 상반된 시각을 보였다.

문제는 김 대통령의 의중이라는 것이 여권관계자들의 일치된 견해다. 권 전 최고위원의 장기외유 건의를 김 대통령이 수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 경우 권 전 최고위원은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를 따를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김 대통령을 위해 목포지구당과 의원직, 최고위원직까지 자진 포기했던 그의 심성(心性)으로 볼 때 대통령의 뜻을 거스르지는 않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권 전 최고위원과 함께 쇄신파들의 공격에 시달렸던 박지원(朴智元)대통령정책기획수석비서관의 거취도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김 대통령이 남다른 신뢰감을 보여온 박 수석을 내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지만 비서진에서 ‘특단조치’ 필요성을 건의한 만큼 형평차원에서도 경질 등의 조치가 강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만은 없는 실정이다.

한편 인적 쇄신 문제가 권, 박 두 사람의 퇴진으로 일단락될 경우 김 대통령이 쇄신파들을 질책하며 정면돌파에 나설 가능성을 점치는 견해도 적지 않다. 김 대통령은 그동안 쇄신파들의 ‘인적 청산’ 요구에 대해 “확인되지도 않은 사안을 가지고 동지를 공격할 수 있느냐”며 “오히려 야당의 공세를 차단하고 국회의 의정활동에 전념할 시기가 아니냐”며 섭섭한 심경을 토로했다는 후문이다. 김 대통령이 7일 청와대 당 지도부 간담회에서 최고위원 사표수리라는 강경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는 것도 ‘판을 새로 짜겠다’는 결심과 무관치 않다는 게 여권 일각의 시각이다.

하지만 당 내분상황이 이미 ‘쇄신’ 차원을 넘어 대권을 향한 권력투쟁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어 김 대통령의 처방이 내분을 완전히 종식시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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