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당무회의 '4시간 격론']"정계 은퇴를"

  • 입력 2001년 11월 1일 18시 39분


서먹
《1일 무려 4시간에 걸친 민주당 당무회의가 끝난 뒤 참석자 대부분은 입을 꾹 다문 채 붉게 상기된 모습으로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회의 도중 당정쇄신을 요구하는 소장 개혁파와 이들의 표적이 된 동교동계 구파가 주고받는 고성이 회의장 밖으로 간간이 새어 나오기도 했다. 한 중진은 “창피해서 얘기도 못하겠다”며 중간에 자리를 떴다.》

▼소장파-동교동계 "측근이 책임질때"▼

동교동계 김옥두(金玉斗) 의원이 “특정인 은퇴나 동교동계 해체와 같은 주장을 할 용기가 있으면 터무니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한나라당을 향해 공격하라”며 포문을 열었다. 김태랑(金太郞) 전 의원은 “소장파 의원들이 밤새워 나라를 걱정해 봤나. 백의종군하는 사람을 은퇴시키는 게 개혁인가”라고 물었고, 윤철상(尹鐵相) 의원은 “특정 인사에 대한 정계은퇴 주장은 현대판 고려장이다”고 말했다.

이에 쇄신파인 추미애(秋美愛) 의원은 “동교동 정신은 민주적이고 희생적이고 봉사적인 것이다. (특정인들도) 억울함이 있을 테지만 대통령 책사 위치에 있고 당 공식기구를 무력화시키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만큼 물러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반박했다.

천정배(千正培) 의원도 “대통령을 측근에서 보필해온 분들은 바로 일괄 사표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쇄신 주장이 동교동과 비(非)동교동간 세력다툼으로 비쳐지는 것은 옳지 않다”(장영달·張永達 의원)는 얘기도 있었다.

회의 후 한 개혁파 의원은 “동교동계 얘기는 ‘의원 만들어줬더니 배신하느냐’ 하는 은혜론이었다”고 평했다. 그러나 한 동교동계 인사는 “동지의 등에 칼을 꽂다니…”하며 분을 삭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최고위원 책임론 "당보다 대권에만 관심" 거센 비난▼

최고위원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봇물을 이뤘다.

정균환(鄭均桓) 총재특보단장은 “당원들 사이에서는 최고위원들이 자기 욕심 때문에 해당(害黨)행위를 하는 등 문제가 많으니 최고위원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정동영(鄭東泳) 최고위원이 “최고위원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 대통령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는데 3일 대통령과의 최고위원 간담회 때 사퇴할 것”이라며 처음으로 사퇴 의사를 밝혔다.

한화갑(韓和甲) 최고위원도 “최고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누구를 탓할 생각이 없다. 나의 거취가 대통령께 부담이 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나 3일 이후 거취문제를 상의해 결론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당정쇄신 방안 "즉시 전면개편을"▼

당정쇄신이 필요하다는 원칙에는 큰 논란이 없었으나 그 시기와 방법에는 분명한 시각차가 있었다.

소장 개혁파 및 일부 중진은 “편중인사를 시정하고, 권력을 휘두른 사람이나 부패한 사람들은 물러나도록 하는 전면 쇄신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민심이다”(송훈석·宋勳錫 의원) 고 몰아붙였다.

반면 심재권(沈載權) 총재비서실장은 국정쇄신과 정치일정을 논의하기 위한 특별기구 구성을 주장했고, 김민석(金民錫) 의원은 “당내 중요한 문제들이 많이 걸려 있으므로 중립적 인사들이 포진된 실무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인제(李仁濟) 최고위원도 “인적 쇄신과 당정개편은 대통령께서 결단을 내릴 문제로 조심스럽게 논의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그러나 서정화(徐廷華) 고문은 “당이 역할을 제대로 못하니까 정담이나 포럼이 생긴 것이다. 특별기구는 시간 끌기에 불과하다”며 반대했다.

<정용관·부형권기자>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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