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결국 받아들인 '금강산 회담'

  • 입력 2001년 10월 30일 18시 53분


그동안 장소 문제로 우여곡절을 겪었던 제6차 남북 장관급회담이 결국 북측 주장대로 금강산에서 열리게 되는 모양이다. 어쨌든 대화는 계속돼야 한다는 취지에 따라 ‘금강산 불가(不可)’ 입장을 접은 정부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니지만, 다시 한번 우리 정부의 전략 부재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북측이 10월중에 예정돼 있던 모든 남북회담을 ‘안전한’ 금강산에서 열자고 주장했을 때, 우리는 이번만은 정부가 원칙을 지켜줄 것을 촉구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도 정부는 북측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남과 북 중에서 과연 누가 더 회담에 목말라 하는 형국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북측 입장에서 보면 김대중(金大中) 정부가 임기말로 갈수록 대화 상대로서의 ‘매력’이 떨어져갈 것이고, 따라서 북측은 적당히 대화를 유지하면서 경제적 실리만 챙기려고 할 게 분명하다. 북측이 이번에 금강산을 고집한 배경에도 곤경에 처한 금강산관광 사업에서 남측 정부의 보장을 얻어내겠다는 속셈이 한 가지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는 전술적 차원에서라도 아무런 전제조건이 없는 한 금강산을 받아들이지 말아야 했다. ‘또 북에 끌려 다닌다’는 여론을 봐서라도 그렇다.

물론 근본적인 문제는 북측에 있다. 9월 제5차 장관급회담이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을 때에도 우리측에선 10월에 열기로 합의한 갖가지 남북 회담에 큰 기대를 가졌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북측은 이산가족 상봉단 교환을 비롯해 그런 모든 기대를 저버렸다. 북측은 언제까지 이런 못된 행태를 계속할 것인지 안타깝다.

북측이 표면상으로는 우리의 경계태세 강화를 핑계삼고 있지만, 미국의 대(對)테러 전쟁은 북측에 오히려 기회다. 이렇게 국제정세가 불안정할 때 북측이 진지한 자세로 대화에 나서면 미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의 신뢰를 높일 수 있다. 이번처럼 회담 장소로 금강산을 고집하는 등 과거 행태를 되풀이하는 것은 그 기회를 놓치는 것밖에 안 된다.

정부는 이번 주 내에 북측에 ‘금강산 회담’을 수용하겠다고 통보할 것이라고 한다. 어차피 금강산에서 제6차 장관급회담이 열리게 된다면 이번만큼은 가시적인 ‘성과’가 나와야 한다. 무산된 이산가족 상봉단 교환이 급선무이지만 이산가족 면회소 설치 및 금강산 육로관광, 경의선 복원 문제 등에서도 일정 한 성과가 있어야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실속 없었던 제5차 장관급회담의 재판(再版)은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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