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개별정상회담]고이즈미 “비자면제 실현 노력”

  • 입력 2001년 10월 21일 19시 14분


15일 서울에서 만난 지 닷새 만에 이뤄진 20일 한일정상회담은 일단 조기정상화 원칙에 양 정상이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큰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俊一朗) 총리는 회담에서 연내 서울을 다시 방문해 한일관계를 98년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 당시의 수준으로 회복하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사안에 있어서도 꽁치조업 협상의 경우 당장 내주부터 고위당국자 회담을 갖기로 한 데 이어 일본의 한국산 돼지고기 수입금지 해제를 위해 ‘지체 없이’ 노력키로 하는 등 일본측의 적극적인 태도가 눈에 띄었다.

7개항의 합의사항 가운데 우리 정부가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대목은 역시 오랜 대일외교 현안인 단기비자 면제 문제다.

비자 면제는 정부가 ‘양국 국민의 풀뿌리 직접 교류를 늘리는 것이 한일관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지름길’이란 취지에서 실현을 위해 노력해온 숙원사업. 그러나 법무성 등 일본 공안당국은 “이미 6만여명에 달하는 일본 내 한국인 불법체류자가 비자 면제가 이뤄질 경우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날 것”이라며 강력히 반대해 왔다.

비자 면제 문제는 무역역조로 상징되는 양국 무역불균형의 양상과 다를 바 없다. 우리 정부는 △93년 8월 일본인에 대해 15일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고 △99년 3월에는 그 기간을 30일 연장하는 등 완화 조치를 계속 취해왔지만 일본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유독 한국에 대해서만 비자 면제를 허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

이 때문에 지난해 양국간 인적 교류는 총 357만여명에 달했지만 방일 한국인(110만여명) 이 방한 일본인(247만여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따라서 정부 당국자들은 고이즈미 총리의 다짐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으나 일본 공안당국의 강경 반대입장에 비추어 강력한 정치력이 수반되지 않을 경우 실현이 불투명한 게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외교 당국자들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사안들만이라도 차질 없이 실천될 경우 양국관계가 정상화의 계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고이즈미 총리의 정치력 발휘에 기대를 걸고 있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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