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언론단체 연수회 '비판언론 공격' 발언 파문

  • 입력 2001년 9월 26일 18시 35분


한나라당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26일 한국언론재단에 대한 국회 문화관광위의 국정감사(25일)에서 드러난 ‘시민언론단체 연수회’ 발언 내용(본지 26일자 A5면)과 관련, “국민이 믿고 의지해야 할 언론인들의 모임에서 이런 폭언이 오간 데 대해 발언 당사자들과 언론재단은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 대변인은 “연수회 참석자 중 한 대학교수는 ‘충격을 주는 것, 깡패 방식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는데 대학교수가 공공연하게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보니 이런 사람들의 건의를 받아들여서 현 정권이 비판 언론 죽이기 작업을 해온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런 발언은 정권의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으로 언론재단이 연수 모임을 연 것도 이를 위한 특수부대 양성이 목적이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언론재단이 문광위에 제출한 ‘시민언론단체 연수회’(6월22, 23일) 결과 보고서에 기록되어 있는 주요 발언.

▽성유보(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우리에게 남은 가장 낡은 큰 걸림돌이 언론이다. 시대적 정신을 깨치지 못하도록 마취시킨다. 언론은 운동단체와 대중을 유리시키고 용공 과격으로 몰아간다.

▽김동민(한일장신대 교수)〓대중적인 단체의 압력이 필요하다. 참여연대는 많은 고민과 참여를 시도하고 있지만 너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약간의 책임의식을 덜 가지면 될 듯하다.

▽김용수(한양대 교수)〓언론은 모두를 패배자로 만들고 있다. 억울하고 가난한 노동자를 패배자로 만든다. 새로운 세상에 대해 돌아서게 한다.

▽김동춘(성공회대 교수·‘시민운동과 언론개혁’ 주제의 강연)〓신문에 노동자와 빈곤층이 필요로 하는 정보는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언론이 갈 수 있는 길은 좌파자유주의이다. 조직 노동세력이 움직이기 위해서는 밑으로부터 기존 언론의 한계를 의식하려는 것이 필요하다. 자유주의 언론운동이 가능하게 하려면 언론운동이 보다 공격적으로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최민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사무총장)〓자유주의 접근으로는 노동자가 주역이 될 수 없다. 근본적인 접근방식은 자본에 타격을 가하는 방식이므로 자유주의적 동력은 시민단체이다.

▽임상택(민언련 부이사장)〓‘연대합시다’ 하는 것은 안일하지 않은가.

▽김동춘 교수〓깡패들에게는 그들만의 방식이 있다. 충격을 주는 것, 깡패 방식이 필요하다고 본다. 전화로 분노를 표출하고 윤전기에 타격을 가하는 방식이 있다.

▽차재영(충남대 교수)〓동아 조선 중앙이 신문 전체 독자의 70%를 차지한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 신문개혁운동의 대중화는 쉽지 않을 것이나 언론개혁을 위해선 대중화시키지 않을 수 없다.

▽임동욱(광주대 교수)〓현재의 (언론운동) 방법은 대중에게 다가서지 못하고 있다. 다른 여러 시민단체도 참여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정지환(월간 말지 차장)〓서울대의 경우 교수가 조선일보와 인터뷰하거나 취재하는 경우 제재를 하는 일이 생기고 있다.

▽안철혁(참여연대 회원)〓운동하는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은 전투중이다.

▽정운현(대한매일 차장)〓조선 중앙 동아 안보기 운동을 더 구체적으로 해야 할 시점이다. 마치 전도하듯이 행동하는 운동을 생각해야 한다. 반 언론개혁 단체를 선정하자. 물론 윤리적이지 않을 수 있다. 언론개혁에 비 참여적인 인사와 단체에 옐로카드를 주는 것이다. 우리 운동은 너무 점잖다. 좋은 일 하자는 건데 좀 과격해지면 어떤가. 과격하지 않고 어떻게 일을 하는가.

▽염봉석(판매인노조 사무국장)〓대한매일 경향 한겨레 지국장을 각 회사 차원에서 자질을 높여야 한다.

<송인수·김정훈기자>issong@donga.com

▼“일부언론 오해일으키게 보도”김동춘교수 해명▼

이에 대해 성공회대 김동춘(金東椿·사회학)교수는 “내가 워크숍에서 ‘깡패 방식’ ‘윤전기에 타격’ 등의 표현을 사용한 것은 ‘과거에는 신문이 왜곡 보도를 했을 경우 독자들이 해당 신문사의 윤전기에 모래를 뿌리기도 했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는 아예 문제가 되는 신문사에 집중적으로 전화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을 강조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그러나 일부 언론에서 내가 신문사의 윤전기에 모래를 뿌리라는 식의 발언을 한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게 보도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이와 함께 “워크숍에서 내가 활동하고 있는 참여연대가 언론 개혁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데 대해 공격적인 질문이 많아 이에 대한 개인적인 입장을 전하고자 이 같은 발언을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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