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장관급회담등 차질…평화정착 속도조절 불가피

  • 입력 2001년 9월 12일 18시 44분


미국 테러 사태는 당장 15일부터 18일까지 서울에서 열릴 제5차 남북장관급회담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남-북-미 관계가 상호의존적 구도하에 있고, 특히 북측이 남북대화에 나서는 목적중 하나가 북-미관계 개선에 있기 때문에 장관급회담 분위기가 이번 사태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돼 있는 만큼 이번 회담에서 자신들의 입장을 공개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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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의 미국 전문가 및 정부 당국자들은 미국이 이번 사태를 수습할 때까지는 대외문제에 관심을 기울일 여력이 없는 만큼 한반도 문제는 당분간 정체상태에 머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했다.

▽남북장관급회담과 정부 대응방안〓이번 테러사건으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방한이 늦춰질 가능성이 있는 등 한미간 대북문제 의견조율 일정이 차질을 빚게될 것인 만큼 한반도 평화정착 및 남북관계 진전에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다.

연세대 문정인(文正仁·정치학) 교수는 “미국이 앞으로 2주 정도는 테러 수습 때문에 아무 일도 못할 것”이라며 “특히 북한이 15일 열리는 5차 남북장관급회담 합의문에 이번 테러행위에 대한 공식적인 규탄을 집어넣는 성의를 보여야 향후 북-미관계나 남북관계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경제사회연구원은 이날 ‘미 테러참사 이후 미국의 정책방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북한은 장관급회담에서 당초 구상해온 의제 가운데 일부를 제시하지 않음으로써 북-미관계 지연에 따른 남북관계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외교안보연구원 유석렬(柳錫烈) 교수는 “북한이 궁극적으로 북-미관계 개선을 위해 남북관계 진전에 나섰다고 본다면 당분간 남북대화에도 적극성을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북-미관계 및 대한반도 정책〓정부 당국자는 “미국은 당분간 테러범을 찾아내 응징하는데 집중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대외관계도 당분간 경색국면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뜩이나 부정적인 대북여론이 팽배한 가운데 미국이 북-미대화 재개나 남북관계에 대한 관심을 가질 여력이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동국대 고유환(高有煥·북한학) 교수는 “북한과 관계없어 보이긴 하나 미국의 행정시스템이 일정 부분 마비된다고 볼 때 미국이 당장 북한과의 대화에 나설 여유가 없을 것”이라며 “이로 인해 북-미대화도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테러 사태로 인한 미국의 대외정책 변화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다.

가톨릭대 이삼성(李三星·미국학) 교수는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그동안 미사일방어(MD)체제 중심의 안보전략에 치중해왔지만 이제 미국 야당이 주장해온 본토내 테러경계 주장이 더 설득력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장 대외관계가 경색될 수 있으나 북한 등 미사일 개발국에 대한 비확산정책의 중요성이 덜해지면서 오히려 북-미간 협상의 여지가 커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전망했다.

국회 통일외교통상위 소속 장성민(張誠珉·민주당) 의원과 문 교수는 “부시 대통령이 지지기반을 결집해 대외 강경정책을 더욱 공고히 할 가능성이 있어 남북 화해협력 분위기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번 사태가 세계 정치 경제 안보질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정부도 외교적으로 최대한 신중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美테러 대참사 페이지 바로가기

<김영식·부형권기자>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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