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테러 참사]北, 조만간 "테러반대"입장 밝힐듯

  • 입력 2001년 9월 12일 18시 40분


북한은 미국 내 테러 사태에 대해 12일 현재까지 침묵하고 있지만 조만간 원론적인 반대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에 의해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돼 있는 북한으로서는 시급히 이번 사태에 대한 ‘혐의’를 벗을 필요가 있고, 경제 회생과 북-미관계 개선을 위해서도 테러에 대한 자체 입장을 표명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힘의 우위’를 기조로 한 미국의 대외정책이 이번 사태의 ‘화근’이 됐다는 시각을 갖고 있는 만큼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강행하고 있는 미사일방어(MD)체제와 대북 강경정책 등에 대한 변화를 촉구할 가능성은 있다.

87년 대한항공(KAL) 858편 폭파사건으로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랐던 북한은 90년대 들어 기회 있을 때마다 외무성 대변인 명의로 “테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천명해왔다.

북한은 93년 4월 남아공의 흑인지도자 크리스 하니가 피살됐을 때 남아공 백인우월주의자들의 테러행위를 맹렬히 비난했다.

또 98년 8월 아프리카 탄자니아와 케냐 주재 미국대사관 에서 차량폭탄 테러가 일어났을 때도 미국을 겨냥해 “모든 종류의 테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북한은 지난해 10월 워싱턴에서 발표한 북-미 공동코뮈니케에서 “모든 국가와 개인에 대한 테러행위를 반대한다는 정책을 확인하고, 테러에 대한 모든 국제협약에 가입할 뜻을 밝힌 바 있다.

북한은 심지어 미국이 5월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했을 때조차 “대북 적대시정책을 계속 추구해나가겠다는 것”이라고 비난하면서도 “우리는 온갖 형태의 테러와 그에 대한 어떠한 지원도 반대하는 원칙적인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하고 있다”고 강조했었다.

북한은 러시아 및 중국과 정상회담을 마치고 이제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대미관계 개선에 시동을 걸려던 상황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건이 북-미대화에 미칠 악영향을 세밀히 분석하고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따라서 북한은 이번 사태의 전개 양상을 주의깊게 지켜보며 가급적 대미 비난도 자제할 공산이 크다. 당분간 미국 내에서 강경 목소리가 득세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그 불똥이 북한에 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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