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대축전 파행]방북단 150여명 약속어기고 행사 참석

  • 입력 2001년 8월 15일 23시 38분


평양 ‘8·15민족통일대축전’에 참가한 남측 대표단의 일부 인사가 방북 전 정부당국과의 약속(각서)을 어기고 ‘조국통일 3대헌장 기념탑’에서 열린 개막식에 참석함으로써 파문이 예상된다.

이번 사태로 우선 남북관계 및 국내정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남측 대표단의 일부 인사들이 북한의 고려연방제를 상징하는 기념탑 행사에 참석한 것은 북한측의 고려연방제 선전에 이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는 남한 내 통일운동의 위축을 초래하고, 정치적으로 색깔논쟁을 불러올 소지가 다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번에 북한측 인사는 남측 행사에 참석하지 않는데, 남측 인사만 방북한 것도 함께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기념탑 행사 참석 문제가 깨끗하게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들의 방북을 허용한 정부당국의 책임 문제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는 13일 ‘조국통일 3대헌장 기념탑’에서 남북 공동행사를 갖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남측 대표단의 참가를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가 이날 밤 북측이 보내온 전문을 보고 14일 전격적으로 방침을 바꿨었다.

통일부는 북측의 전문을 받은 뒤에도 14일 오전까지는 “장소 문제에 대한 (북한의) 입장 변화가 없다”며 부정적이었으나 오후 들어 “북측 전문은 ‘(남측 대표단이) 기념탑에 안 와도 좋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해석을 달리해 방북을 승인하는 석연치 않은 모습을 보였다.

이후 통일부는 이날 밤 9시 서울 명동성당에서 남측 대표단에 대한 방북교육을 실시하고, 15일 새벽에야 방북허가 절차를 마무리하는 소동을 벌였다. 그러나 통일부는 이 같은 입장 변화가 어떻게 이뤄졌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피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갑작스럽게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정부는 일부 대표들로부터만 기념탑행사 불참 각서를 받았다. 정부 관계자는 “각서는 행사에 참가하는 단체장들에게 받았지만, 방북교육을 하면서 개별 방북자들에게 이같은 내용을 여러 차례 주지시켰다”고 밝혔다.

그는 또 “남측 대표단이 인천공항에서 정오에 떠난 것도 기념탑 행사가 오전에 끝났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며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데 대해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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