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러채무 90% 노동력으로 갚아…국제법위반 논란

  • 입력 2001년 8월 7일 18시 53분


북한이 대 러시아 채무의 90% 가량을 노동력으로 변제하고 있으며 지난 1년간 동원된 노동자는 4000여명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이 러시아 경제통상성 당국자 등의 말을 인용해 7일 모스크바발로 보도했다.

노동력을 통한 채무 변제에 대한 지적은 예전부터 있어 왔지만 이번에 구체적인 비율이 처음 밝혀져 북한 경제의 심각함이 또다시 증명됐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러시아 당국자에 따르면 지난해 대 북한 수출액은 5460만달러, 수입액은 5040만달러인데 수입의 90% 이상이 ‘노동력’이라는 것. 이 당국자는 “노무 결제는 북한과의 협정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으나 언제부터 이 방법을 쓰고 있는지, 어떤 식으로 노동력의 가치를 환산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러시아가 이 같은 사실을 공표한 것은 우호국가와도 경제를 우선하겠다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방침과 최근 도입되기 시작한 국제기준의 회계 감사제도가 영향을 미친 때문으로 보인다.

국제인권단체인 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 인터내셔널)는 지난 1년간 러시아에서 일한 북한의 노동자를 4000여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주로 극동이나 시베리아지역에서 일하고 있고 직종은 농사 삼림벌채 토목공사가 많다는 것. 극동이나 시베리아 지역은 최근 인구격감에 따른 노동력부족과 시장경제의 도입에 따른 임금 수송비 상승 등으로 삼림벌채나 광물자원 채굴, 각종 건설공사가 지장을 받고 있는데 북한 노동자들이 이 같은 어려움을 덜어주는 데 동원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북한이 옛 소련의 벌목장에 노동자를 보내기 시작한 것은 1967년부터. 이후에도 노동자파견은 계속됐으며 북한과 러시아는 95년 정식으로 목재벌채협정을 체결했다. 이 협정에는 노동자의 기준임금과 작업량 등을 기준으로 노동력을 산출해 이를 채무변제에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작업환경이 열악하고 대우도 좋지 않아 사실상 강제노동이나 마찬가지이며 도주를 하는 노동자도 적지 않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북한의 노무변제는 노예노동을 금지하고 있는 국제법 위반의 가능성이 있으며 러시아가 노동자 감시에 경찰을 동원하고 있다면 이도 국제법 위반에 해당되기 때문에 앞으로 국제문제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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