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티지 방한]美, 北 일단 포용…미사일은 견제

  • 입력 2001년 5월 10일 18시 43분


김동신 국방장관이 10일 오전 아미티지의 방문을받고 환하게 웃으며 악수하고 있다.

김동신 국방장관이 10일 오전 아미티지의 방문을
받고 환하게 웃으며 악수하고 있다.
리처드 아미티지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이번 방한을 통해 한국에 기대와 부담을 동시에 안겨주었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대북 포용정책에 대한 지지와 북-미 대화 재개 방침을 천명함으로써 북-미관계와 남북대화에 상당한 진전이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하지만, 동시에 ‘전략적 틀(Strategic Framework)’과 미사일방어(MD) 구상에 대한 한국의 이해와 지지를 요청한 것은 부담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들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김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김 대통령의 포용정책을 강력 지지하며, 조만간 완료될 대북정책 검토과정에서 김 대통령의 견해를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한 대목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로 미루어 그동안 정부가 누누이 강조해 왔던 북-미관계와 남북관계를 병행해 진전시킬 수 있는 최소한의 토대와 분위기가 마련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측이 이달 말경 대북정책 검토를 마치고 빠르면 6월 중 북-미대화에 나설 경우 남북도 부시행정부 출범 이후 중단된 장관급회담, 국방장관회담, 적십자회담 등 각종 대화를 재개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럴 경우 하반기부터 남북관계 전반이 안정 국면에 접어들게 되며, 따라서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 여건도 한층 좋아질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나 북-미대화 재개가 곧바로 남북관계의 진전으로 직결될지는 미지수라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미국이 대북정책의 윤곽을 ‘포용’ 쪽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세부 내용은 아직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더욱이 미국측이 새로 밝힌 ‘전략적 틀’의 구성 요소인 대(對)확산(Counter-Proliferation) 개념은 앞으로 핵 미사일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 문제에 대해 미국이 적극적으로 간섭하겠다는 뜻이며, 이는 다분히 북한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정용석(鄭鎔碩) 단국대 교수는 “북-미대화가 재개되더라도 부시행정부가 내세운 검증과 상호주의 원칙에 변화가 있으리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윤덕민(尹德敏) 외교안보연구원 안보통일연구부장도 “미국은 MD를 조기 추진할 때 러시아와 중국 관계에서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해 북-미대화 재개를 통해 이들을 설득할 시간을 가지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세종연구소 이종석(李鍾奭) 연구위원은 “미국측은 그동안 북한과 대화하기보다는 MD 추진을 위해 북한을 ‘불량 국가’로 몰아왔다”며 “그런 미국이 북한과 대화하겠다는 것은 MD와 북-미대화를 양립시키는 이중접근(two-track)방식을 택하겠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따라서 미국은 아미티지 부장관의 방한을 통해 한반도 긴장완화 노력의 성과를 살리는 쪽으로 큰 방향은 잡았지만, 북-미 접근이 클린턴 행정부 때처럼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는 것은 성급하다고 할 수 있다. 북-미대화가 재개되더라도 미사일문제 등을 둘러싸고 미국 내에서 다시 대북 강경론이 대두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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