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정부질문/통일외교안보]"김정일 눈치 보는 세상"

  • 입력 2001년 2월 12일 18시 34분


이한동총리가 박재규통일부장관과 답변을상의하고 있다.
이한동총리가 박재규
통일부장관과 답변을
상의하고 있다.
12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는 남북관계의 급속한 진전에 따른 국가관의 혼란과 위기를 걱정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들의 주장과 지적은 북한에 대해 상대적으로 유화적인 민주당과 정부의 대북정책과는 대조를 이루는 것이었고 한국사회의 보수와 진보의 ‘경합’ 양상을 한눈에 보여주는 것이었다.

▽국가관 및 이념의 혼란〓박근혜(朴槿惠) 의원은 “올림픽에선 대한민국의 혼이 담긴 태극기 대신 한반도기가 앞장섰고 간첩들은 북송시키면서 국군포로 송환 요구에는 떳떳하지 못했다”고 비판하고 “정부의 이런 모습에 국민들은 근본적인 혼란과 정체성의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의원은 “민족 통일을 위해서라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소멸마저 감수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며 “현 정부의 국가관과 통일관은 과연 뭐냐”고 따졌다.

김광원(金光元) 의원은 “간첩을 잡아 고문했다고 기소당하는 이 땅에서 누가 간첩을 신고하겠느냐”고 묻고 “김정일(金正日)의 신경을 건드리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아야 하는 세상이 됐다”고 개탄했다.

▽국보법 개정 및 국가정보원장 역할 문제〓이같은 우려는 국가보안법 개정 논란과 국정원장의 역할에 대한 문제제기로 이어졌다.

박세환(朴世煥) 의원은 “보안법 개정 논쟁으로 국론이 분열돼 대다수 국민이 불안해하고 있다”며 안보의식의 해이를 우려했다. 정진석(鄭鎭碩·자민련) 의원은 “간첩을 잡는 총책임자로서 임동원(林東源) 국정원장이 북측의 대남활동 총책임자인 김용순(金容淳)을 3일 동안 옆에서 수행하고 다녀도 되는 것이냐”고 추궁했다.

▽민주당의 ‘다른 시각’과 정부 답변〓민주당 이창복(李昌馥) 의원은 남북관계 진전에 따라 주적(主敵)개념을 삭제하고 기존의 안보와 반공중심 교육에서 통일교육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 상반된 시각을 드러냈다. 이낙연(李洛淵)의원도 “민족문제를 국내문제와 구분해서 대처하는 성숙성이 필요하다”며 한나라당 의원들의 주장을 반박했다.

한편 이한동(李漢東) 국무총리는 “대한민국의 역사적 정통성,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우월성, 확고한 안보는 어떤 경우에도 흔들릴 수 없다”며 “대북정책도 확고한 국가관에 바탕해 세워지고 집행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총리는 또 “이같은 인식의 혼란은 일시적 현상으로 민족 장래를 위해 화해와 평화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국민에게 전달해 혼란이 시정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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