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티지 발언 파문]정용석/"상호주의 원칙 지켜야"

  • 입력 2001년 1월 29일 06시 07분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 내정자의 발언은 지난 2, 3년 동안 공화당이 가졌던 빌 클린턴 행정부에 대한 불신과 민주당의 대북정책에 대한 불만을 집약적으로 표출한 것이다. 또 한국정부가 가진 안이한 생각을 뒤엎고 대북정책에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나타낸 것이다.

공화당의 대북관은 클린턴 정부는 물론 김대중(金大中) 대통령도 북한에 속고 있다는 것이다. 94년 제네바 핵 합의 후 매년 50만t(3500만달러 상당)의 중유를 북한에 지원했지만 북한이 완전히 핵을 포기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미국은 상호주의와 검증을 원칙으로 북한을 견제하면서 핵과 미사일을 중단시키려고 하는데 한국이 북한에 ‘퍼주고 앞서가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이 부담을 느낀다는 것은 옳은 지적이다.

표면적으로 공화당 정부는 햇볕정책을 지지한다고 말할 것이지만 ‘검증’되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인도적 차원에서 식량을 지원해주는 것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군사적 목적으로 전용되지 않는지를 검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북한에 주기만 했지 검증은 제대로 하지 않았다. 검증은 현장에서 확인하는 것이다. 우리는 북한의 구두약속만 받았다. 하지만 북한이 반세기 동안 견지한 행태를 볼 때 그들이 약속을 지킨 적은 없다. 공화당이 말한 ‘검증’을 했어야 하는데 이제껏 하지 않았다.

김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을 만나 “북한이 변하고 있다. 이를 믿어야 한다”고 설득할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서두른 데 따른 문제점은 없는지 대북정책의 틀을 재검토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국내에도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부정적 생각을 표명해왔고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이런 생각이 미국을 통해 재확인된 셈이다. 미국이 북한에 대해 갖고 있는 단순한 인식이라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현재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라는 겸허한 태도를 가져야 한다.

또하나의 원칙인 상호주의는 국제관계의 기본원칙이다. 이같은 원칙을 지키지 않는 것은 유화책에 불과하다. 유화책으로 평화를 산 전례는 없다. 상대방의 도발심리를 자극할 뿐이다.

정용석(단국대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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