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티지 발언 파문]이삼성/"포용정책 지속해야"

  • 입력 2001년 1월 29일 06시 07분


예상했던 대로 미국 공화당 보수파들의 시각이 조금씩 현실화하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북한에 다른 요구조건을 내걸면서 북―미 외교관계 수립이나 경제제재 해제 등을 할 수 없다는 식으로 나올 수 있다. 미국은 한반도에 다소 긴장을 조성하더라도 북한에 요구할 것은 요구하겠다는 태도로 나올 것이다. 또 부시 정부의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 구축 강행은 미―중관계의 긴장을 조성해 남북관계에도 부정적 효과를 낳고 있다.

이번 아미티지 내정자의 발언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그러나 그가 그동안의 남북관계 개선이나 북한 변화 등을 통해 정책의 효과가 판명된 햇볕정책에 대해 용어도 바꾸고 내용도 바꾸라고 하는 것은 외교관례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빌 클린턴 행정부도 동의한 햇볕정책이 아닌가. 그동안의 햇볕정책의 성과를 무시하고 원점으로 되돌리겠다는 것은 미국의 오만방자한 태도이며 내정간섭으로도 비쳐질 수 있는 사안이다.

미국인에겐 한반도 평화문제가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겐 그런 문제가 아니지 않은가. 미국의 원칙에 한국이 맞춰주는 것을 한미공조라고 할 수 없다. 미국이 그렇게 나올수록 우리는 그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의연하게 대처해 나가야 한다. 그동안 입증된 원칙과 정책을 견지하면서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 적당히 적응하면 된다는 태도는 옳지 않다.

김대중 정부 들어 북한문제에서 한반도의 남과 북이 대화의 중심축으로 들어섰다. 그 이전까지 한미동맹을 기본으로 보던 태도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이었다. 이를 희생한다면 옛날로 돌아가고 만다. 미국이 그런다고 해서 한국이 덩달아 주춤한다면 대북정책에서 더 밀리고 만다. 미국이 대북관계에 대해 유연한 태도를 갖도록 만들어가야 한다. 북한도 미국으로부터 불어올 역풍에 대응하기 위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 상하이를 방문해 개방의지를 천명하는 등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북한이 그저 수수방관하고 있다면 모르지만 북한도 민감하게 대처하고 있는 만큼 한국이 뒷걸음치거나 미국의 눈치를 보는 인상을 줘선 안된다.

이삼성(李三星·미국학)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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