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유럽과 잇단 악수 …실리외교 발걸음

  • 입력 2001년 1월 25일 19시 08분


북한의 ‘전방위 외교’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99년 이후 대미(對美) 일변도의 외교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해 온 북한이 서방국가들과의 관계 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

북한은 특히 유럽연합(EU) 국가들과 잇따라 수교하면서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실리적 자세를 보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전방위 외교’ 추진이 △개혁 개방의 필요성과 △대북 강경노선을 펼 것으로 예상되는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자존심보다 실리〓최근 북한과 수교한 네덜란드와 벨기에는 기존의 주한대사가 북한대사를 겸임하는 것을 수교조건으로 내세워 관철시켰다. 북한이 이에 동의한 것은 ‘우리는 한국보다 작은 나라’라는 것을 국제적으로 인정한 것과 같기 때문에 파격적인 일.

외교안보연구원 윤덕민(尹德敏)안보통일연구부장은 “과거 같으면 자존심 강한 북한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북한이 서방국가와의 관계개선에 대단히 의욕적일 뿐만 아니라 무척 실리적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올 상반기 중 독일 룩셈부르크 스페인 그리스와도 수교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럴 경우 EU 15개국 중 프랑스 아일랜드를 제외한 13개국이 북한과의 수교국이 된다.

▽북한 외교의 과제〓그러나 이 같은 북한의 대(對) EU 실리외교가 그에 상응하는 실익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 서울 외교가에서는 서방국가들의 잇단 대북 수교가 국제적 이슈인 남북관계 진전 속에서 저마다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일종의 ‘외교적 유행’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정부는 북한과 수교하는 EU 국가들에 ‘실질적인 관계 발전을 위해 평양에 공관을 설치해 줄 것’을 은근히 권유했으나 대부분이 ‘경제적 실익이 없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북한이 대량살상무기와 인권문제 등을 해결하고, 해외 선진자본이 들어올 수 있도록 실질적인 개혁 개방을 추진하지 않는 한 ‘전방위 외교’의 성과는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