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는 '정직한 중개자'로 남북통일 도와야"

  • 입력 2000년 12월 19일 18시 46분


“북한이 비록 암묵적이긴 하지만 주한미군의 주둔에 동의하는 것은 대단히 놀라운 일이다. 왜 그런가?”

저서 ‘한국전쟁의 기원’으로 널리 알려진 브루스 커밍스 교수(미국 시카고대)는 19일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가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냉전해체와 평화’에 관한 국제학술회의에서 이렇게 묻고 스스로 답도 내놓았다.

▼"북 주한미군 암묵적 동의"▼

그는 “미국은 지금까지 한반도에서 한 쪽이 다른 쪽을 정복하고자 하는 시도를 억제하려는 전략을 유지해 왔고 북한은 생존의 필요성과 자신의 안보에 대한 병적인 두려움으로 인해 미국의 이 같은 전략에 동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몇 년 전부터 북한측이 사적인 자리에서 “미군이 한국에 머무르면서 일본과 중국에 대처하고 남한의 흡수통일을 저지하는 데 도움을 줘야 한다”고 말하기 시작했으며 6월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직접 똑같은 내용을 언급했다고 상기했다.

그러면서 커밍스 교수는 미국의 역할 변화를 요구했다. 그는 “미국이 대북정책의 성공적인 결과를 위해 역할을 바꿔야 한다”며 “코치나 응원단, 때론 후방의 쿼터백이었던 역할에서 두 개의 한국이 합쳐지도록 노력하는 ‘정직한 중개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美군사력 확대는 없어야▼

왕이저우(王逸舟) 중국사회과학원 교수는 “미군의 동아시아 주둔은 이미 논란의 여지없이 현실이 됐다”고 인정하면서도 “중국은 미군주둔의 극적인 변화를 주장하는 게 아니라 미국이 더 이상의 군사력을 확대시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사카모토 요시카즈(坂本義和) 일본 도쿄대 명예교수는 “일본은 남한을 북한에 대한 방파제로 보는 시각 대신 한반도 분단을 극복해 화해와 통일을 성취하는 비용을 함께 나눠야 한다”며 “일본은 북한에 배상할 액수보다 더 큰 액수를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존 던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유럽과 동아시아의 지역통합을 비교한 뒤 “북한의 무조건 항복은 생각하기 어려우며 남한 사정상 바람직하지도 않으므로 습관화된 분단과 냉전적 사고방식을 허무는 꾸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