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에는 일본을 방문중인 한화갑(韓和甲)최고위원을 제외하고는 전원이 참석했다. 박병석(朴炳錫)대변인은 회의 직전 정동영최고위원에게 귓속말로 “오늘 별도의 기자회견은 없는 거죠”라며 ‘주문성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그러나 비공개로 1시간 반 정도 진행된 회의에선 “이번 사태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자”는 서영훈(徐英勳)대표의 발언 이외에는 이번 파문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위원 모두가 사안의 민감성을 의식하고 의도적으로 언급을 피한 것으로 보인다.
또 권최고위원과 정동영최고위원은 회의가 끝난 뒤 사진기자들 앞에서 웃으며 악수하는 포즈를 취해주는 등 ‘화해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의 분위기가 부드러웠던 것은 아니었다. 이해찬(李海瓚)정책위의장이 법안통과 절차를 놓고 최고위원들과 언쟁을 벌이다가 자리를 박차고 나오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회의에 배석한 이의장은 정대철(鄭大哲)최고위원이 “국가보안법문제는 이제 충분히 논의했으니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고 말하자 “법안심사위원회 등 절차가 있는 게 아니냐. 결단을 하더라도 검토문건을 놓고 논의해야 하는데 조문화된 문건조차 안 갖고 회의에 들어오지 않았느냐”며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최고위원 중 한 명이 “최고위원을 뭐로 보느냐”고 고함을 쳤고, 이의장도 “최고위원들이 당을 이따위로 운영해선 안된다”고 맞고함을 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는 것.
이의장은 전날에도 “밤늦게까지 국회를 계속해도, 예결위 파행이 계속돼도 관심을 보이는 최고위원이 한 명도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었다. 실제로 이 같은 정서를 반영하듯 당내 일각에선 요즘 ‘최고위원회의 무용론’이 무성하다.
<공종식기자>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