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노갑파문 새국면]최고위원들 무거운 침묵

  • 입력 2000년 12월 7일 18시 42분


7일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는 시작하기 전부터 70여명의 취재진이 몰려드는 등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정동영(鄭東泳)최고위원이 ‘권노갑(權魯甲) 2선 퇴진론’을 제기한 2일 청와대 최고위원회의 이후 처음 열린 회의여서 후속 논의에 대한 ‘기대’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회의에는 일본을 방문중인 한화갑(韓和甲)최고위원을 제외하고는 전원이 참석했다. 박병석(朴炳錫)대변인은 회의 직전 정동영최고위원에게 귓속말로 “오늘 별도의 기자회견은 없는 거죠”라며 ‘주문성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그러나 비공개로 1시간 반 정도 진행된 회의에선 “이번 사태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자”는 서영훈(徐英勳)대표의 발언 이외에는 이번 파문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위원 모두가 사안의 민감성을 의식하고 의도적으로 언급을 피한 것으로 보인다.

또 권최고위원과 정동영최고위원은 회의가 끝난 뒤 사진기자들 앞에서 웃으며 악수하는 포즈를 취해주는 등 ‘화해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의 분위기가 부드러웠던 것은 아니었다. 이해찬(李海瓚)정책위의장이 법안통과 절차를 놓고 최고위원들과 언쟁을 벌이다가 자리를 박차고 나오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회의에 배석한 이의장은 정대철(鄭大哲)최고위원이 “국가보안법문제는 이제 충분히 논의했으니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고 말하자 “법안심사위원회 등 절차가 있는 게 아니냐. 결단을 하더라도 검토문건을 놓고 논의해야 하는데 조문화된 문건조차 안 갖고 회의에 들어오지 않았느냐”며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최고위원 중 한 명이 “최고위원을 뭐로 보느냐”고 고함을 쳤고, 이의장도 “최고위원들이 당을 이따위로 운영해선 안된다”고 맞고함을 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는 것.

이의장은 전날에도 “밤늦게까지 국회를 계속해도, 예결위 파행이 계속돼도 관심을 보이는 최고위원이 한 명도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었다. 실제로 이 같은 정서를 반영하듯 당내 일각에선 요즘 ‘최고위원회의 무용론’이 무성하다.

<공종식기자>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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