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정상화 합의]"누가 사과하나" 여야 줄다리기

  • 입력 2000년 11월 15일 18시 51분


여야는 15일 한나라당 김용갑(金容甲)의원의 ‘조선노동당 2중대’ 발언으로 빚어진 국회 파행사태 수습을 위해 온종일 분주하게 움직였다. 두 차례의 회담 끝에 여야 총무들이 국회 정상화의 가닥을 잡은 것은 이날 오후 5시가 넘어서였다.

▽‘본인 사과’와 ‘대리 사과’〓첫 총무회담은 오전 11시35분부터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열렸다. 민주당 정균환(鄭均桓), 한나라당 정창화(鄭昌和)총무는 문제 발언 속기록 삭제에 대해서는 쉽게 합의했으나, 사과를 누가 하느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정창화 총무는 발언 당사자인 김의원이 ‘사과 불가’ 입장을 고집해 자기가 대신 사과하겠다고 했지만, 정균환 총무는 김의원 본인의 사과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

40여분 만에 회담이 결렬된 뒤 정균환 총무는 “용공음해는 의원 자질에 관한 문제이므로 재발방지 대책을 반드시 세워야 한다”고 야당을 압박. 그러자 정창화 총무도 “역대 야당이 국회 정상화를 위해 이렇게 노력한 적 없다”고 항변.

▽계속되는 신경전〓오후 3시에 열린 두번째 총무회담에서도 두 정총무는 사과 주체 문제로 승강이를 거듭했다. 정창화 총무는 회담에 앞서 “김용갑 의원이 사과는 못하지만 당의 입장에 따르겠다고 했다”면서 ‘대리사과’를 고집했다. 김무성(金武星)수석부총무도 “양당이 서로 한발씩 물러서서 당의 강경파들을 누그러뜨리면 되지 않겠느냐. 용갑이 형님이 워낙 완강하신 분이라서…”라며 민주당의 이해를 촉구했다.

그러자 민주당 천정배(千正培)수석부총무는 “한나라당이 성의를 보여야 우리도 국회에 들어갈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우리로선 이번 일로 검찰총장 탄핵안을 회피하려고 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반드시 오늘 중 국회를 정상화할 생각”이라고 응답.

▽극적 합의〓그러나 2시간 만에 회담을 끝낸 두 총무는 “국회를 정상화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선언. 두 총무는 이어 “한나라당의 구체적인 사과방식은 국회의장과 함께 협의키로 했다”며 나란히 이만섭(李萬燮)의장실로 이동.

정균환 총무는 이어 “오늘 중 정상화하느냐”는 기자들의 물음에 “오늘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해 총무들 사이에 이미 상당 부분 의견이 모아졌음을 시사했다.

▽파행 부담〓민주당은 이에 앞서 최고위원 조찬간담회를 갖고 국회 정상화 방안을 논의. 이 자리에서는 ‘김의원의 사과 등을 받아내는 선에서 파문을 일단 매듭지어야 한다’는 의견이 대세를 이뤘다는 후문.

서영훈(徐英勳)대표도 원내대책회의에서 “김의원의 발언에 대해 많은 국민이 분노하고 부끄러워하고 있지만, 국회가 파행으로 가서는 안된다”고 강조. 이어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한화갑(韓和甲)최고위원의 제의로 대야(對野) 전권을 원내총무에게 일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도 총재단회의에서 “총무와 당직자들은 국회 정상화를 위해 한번 더 참고 오늘 하루 더 노력해 달라”고 당부. 그러나 이총재는 “여당의 의도가 검찰총장 탄핵소추안 파문을 덮기 위한 것이라면 여당은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

한편 두 총무는 이날 오전 SBS라디오에 출연해 30여분간 공개 설전. 정창화 총무는 “여당이 야당 티를 못 벗고 있다”고 여당의 관용을 촉구하자 정균환 총무는 “언제부터 야당이 경제 걱정을 하고 국회운영을 생각했느냐”고 흥분.

<송인수·전승훈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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