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 2중대' 발언파문 안팎

  • 입력 2000년 11월 14일 12시 23분


대정부질문 이틀째인 14일 국회는 한나라당 김용갑(金容甲) 의원의 돌출성 `민주당 조선노동당 2중대' 발언 파문으로 진통을거듭했다.

이날 4번째 질문자로 단상에 오른 김 의원은 "김정일의 비위만 맞출 것이냐"면서 최근의 남북관계 변화에 따른 안보문제 등을 거론하며 시종일관 목소리를 높이다가 발언 종료무렵 문제의 발언을 터뜨렸다.

김 의원은 "집권 여당인 민주당이 당의 정강정책까지 바꾸면서 국가보안법을 개정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며 "보안법 개정이 가져올 미래 상황에 대한 염려나 고민은 전혀 없이 북한의 요구를 들어주기에 급급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이런 식의 개정추진은 결국 김정일이 자신의 통일전선 전략을 남한내에 구현하는데 집권여당이 앞장서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라면서 "이러니까 사회일각에서 민주당이 조선노동당 2중대라는 말이 나오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당장 여당 의석에서 "미친 사람 아니냐", "영웅이 되려고 그러느냐", "사과하라"는 고성이 일제히 터졌다.

그러나 김 의원은 계속 "국가보안법 개정은 사실상의 폐지를 의미하는 것이며,남한 사회를 통째로 김정일에게 갖다바치는 통일전선전략의 단초가 될 것"이라면서"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집권 여당은 대북정책의 지나친 자신감과 오만감으로 이정도까지 국민을 불안하게 했다"고 주장하며 "그만 정신을 차리라"고 발언을 이어갔다.

김 의원의 발언이 끝난 뒤 민주당은 천정배(千正培) 수석부총무의 의사진행발언신청 등 계속 강력히 반발했다.

이만섭(李萬燮) 국회의장은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김용갑 의원 질문의충정과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은 알겠지만, 민주당을 조선노동당 2중대 운운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지나치다"면서 "속기록 삭제문제를 (김 의원이) 정창화 총무와함께 이야기 해달라"고 중재를 시도했다.

그러나 김 의원이 계속 거부하고, 여당 의석의 고성이 더욱 커지자 이 의장은 "아무리 의원이라도 남의 당을 조선노동당 2중대라고는 얘기할 수 없지 않느냐"고 질책하며 서둘러 정회를 선포했다.

한편 한나라당 김무성(金武星) 수석부총무 등은 김용갑 의원 발언 이후 속기록삭제 문제를 김 의원과 협의했지만, 김 의원은 "국회의원직을 그만두더라도 속기록을 삭제하거나 사과할 수 없다"고 완강히 버텨 진통을 겪었다.

민주당은 이날 김 의원 발언이 끝난 뒤 국회에서 긴급 의총을 가진데 이어 원내대책회의를 갖고 대처방안을 협의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김용갑 의원의 발언에 민주당이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 의원직제명을 촉구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자 이회창(李會昌) 총재가 직접 김 의원을 만나발언의 속기록 삭제를 설득하는 등 서둘러 진화에 나섰으나 김 의원의 '반발'로 어려움을 겪었다.

한나라당은 또 총재단회의를 열어 "민생이 어려운 때 하루라도 국회가 공전돼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정리하는 한편 정창화(鄭昌和) 총무를 이만섭 의장에게 보내 중재를 요청했다.

정 총무는 총재단회의 후 "김 의원이 비록 소신발언을 했더라도 민생문제와 예산심의 등 현안이 산적한 마당에 하루라도 국회파행의 원인을 제공한 것은 온당치 않다는 것이 이 총재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또 "국회가 하루라도 '짜증스러운' 대상이 돼서는 안된다"며 "공전만은 막으라"고 총무단에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총무는 그러나 여당의 의원직제명 요구에 대해서는 "과한 것 아니냐"면서 "속기록 삭제 자체가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한 것"이라며 '속기록 삭제'만으로 사태를 봉합할 뜻을 비쳤다.

그는 또 "김 의원의 발언이 어제 받아본 원고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당 지도부와 무관한 '돌출발언'임을 거듭 강조했다.

총재단회의 후 여야 총무는 총무회담을 갖고 정상화를 위한 절충을 시도했으나 사태에 대한 인식차가 커 난항을 겪었다.

이에 앞서 민주당도 긴급 의원총회에 이어 원내 대책회의를 열어 김 의원의 발언이 국민과 정부를 이간시키려는 '반민주적·반통일적 망언'이라고 규정하고 김 의원에 대한 출당, 의원직 사퇴 또는 제명을 요구했다.

반면 김 의원은 발언 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국회의원으로서 국민의 소리를 전달한 것"이라면서 "의원직을 그만두더라도 속기록 삭제나 사과를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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