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브라이트-김정일 면담]北 손님맞이 '차등화' 中 "섭섭"

  • 입력 2000년 10월 23일 18시 57분


중국 군사대표단과 미국 대통령 특사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각각 22일과 23일 하루 차이로 평양을 찾았다. 북한은 ‘전통적 혈맹’인 중국과 ‘세계최강의 적국’인 미국 대표단을 어떤 비중과 마음으로 맞았을까.

물론 두 나라 대표단의 방북 목적은 어느 정도 차이가 있다. 중국대표단은 6·25전쟁에서 북한이 일방적으로 밀리던 50년 10월25일 중국이 북한을 도와 참전한 ‘항미원조(抗美援朝)’ 50주년을 기념해 ‘친선방문’한 것. 반면 미국은 평화협정체결과 미사일문제, 경제제재 해제 등 북―미간의 민감한 현안을 다루기 위한 ‘실무협상’ 목적. 북한 입장에서는 당장 미국에 더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어 보인다.

그렇다 하더라도 23일 두 나라 대표단을 맞은 북한의 움직임은 이같은 방북 목적 이상의 뚜렷한 차이를 느끼게 했다.

올브라이트장관은 방북 첫날 전격적으로 백화원영빈관을 찾은 북한 최고권력자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을 만난 것은 물론 금수산궁전 관람 때는 2인자인 조명록(趙明祿)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차수)의 안내를 받는 파격적 대우를 받았다.

반면 방북 이틀째인 츠하오톈(遲浩田)중국중앙군사위부주석 겸 국방부장은 김일철(金鎰喆)국방위 부위원장 겸 인민무력부장을 만나는 데 그쳤다. 연회도 인민무력부장 주재로 열려 중국대표단의 이번 방북이 ‘군부행사’로 축소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북측이 두 나라 대표단을 대하는 비중은 의전에서도 느낄 수 있다. 공항 영접행사의 경우 츠하오톈부장은 군관계자들만이 나선 반면 올브라이트장관 도착 때는 김계관(金桂寬)외무성부상 등 정부관계자는 물론 북한기자 20여명이 취재에 나섰다.

숙소차이도 뚜렷해 보인다. 미국대표단에게는 국빈용인 백화원영빈관이 제공됐다. 중국대표단 숙소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외국귀빈용인 봉화초대소나 모란봉초대소에 묵고 있을 것이 틀림없다는 게 대북 관계자의 얘기.

북측이 이처럼 미국대표단에게 파격적 환대를 하고 있는 것은 ‘체제와 생존보장’이라는 당면 과제가 전통적 우방에 대한 예우보다 더욱 절박함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태원기자>scoo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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