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회담 의제]'北 미사일 포기' 최대장점

  • 입력 2000년 10월 22일 18시 54분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의 북한 방문은 냉전 시대에 마지막 마침표를 찍기 위한 것이다.”

독일의 DPA 통신을 비롯한 주요 외신들은 올브라이트 장관의 방북을 이렇게 요약했다. ‘냉전의 마지막 섬’이었던 한반도에 6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화해의 훈풍이 부는 상황에서 50년간 지속돼온 북―미 적대관계의 종식을 위한 미국과 북한의 접촉을 함축한 표현이다.

그러나 북한과 미국이 실질적인 마침표를 찍기 위해선 아직도 넘어야 할 벽이 높다. 반세기를 적대하면서 얽힐 대로 얽힌 실타래를 풀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양국의 최대 쟁점은 미사일 문제. 미국이 추진중인 국가미사일방어체제(NMD)가 북한을 최우선적으로 겨냥한 것일 만큼 북한 미사일 문제는 미국의 무거운 ‘짐’이다. 미 정보관계자들은 “북한은 2005년까지, 이란은 2010년까지 미 대륙에 닿는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올브라이트 장관, 더 나아가 빌 클린턴 대통령까지 나서 방북을 추진하는 데는 무엇보다 미사일 문제가 큰 작용을 했다고 미 언론은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지금까지 미사일 포기에 대한 ‘금전적 보상’, ‘인공위성 기술제공’ 등의 대가를 요구해온 터여서 논의가 쉽게 진전될 것이라고 예측하기는 어렵다.

미국이 북한을 테러국가 리스트에서 제외하는 것과 북―미 연락사무소 또는 외교 대표부 설치 등의 현안도 올브라이트의 방북 보따리에 들어있는 주요 의제. 테러국가 리스트 제외는 일본항공(JAL) 요도호 납치범 등 적군파 추방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북한의 핵문제도 미국의 오래된 관심사다.

이런 현안들은 하나하나 해결되기보다는 북―미 관계 진전에 따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풀릴 수밖에 없다. 북한과 미국 사이에 일괄타결설이 나오는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즉 올브라이트 장관이 일괄타결의 기초를 마련하면 클린턴 대통령이 방북,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과 도장을 찍는다는 시나리오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거론되고 있다.

이같은 관측에는 김위원장의 거칠 것 없는 스타일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조명록(趙明祿)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이 방미 때 “미국이 우리의 영토와 체제에 대한 안전을 담보할 경우 중대한 결심을 할 수도 있다”고 밝힌 것도 그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북한과 미국이 일괄타결을 추진하면 ‘정전협정의 북―미 평화협정 전환’ 등 한국정부가 민감히 여기고 있는 현안이 제외되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올브라이트의 방북은 북―미관계라는 양자차원을 넘어 남북한과 미국관계에까지 파장을 미칠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얽힌 실타래를 풀기가 더욱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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