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경협실무회담 결산]식량 주고 '안전장치' 확보

  • 입력 2000년 9월 26일 19시 09분


26일 끝난 제1차 남북한 당국자간 경제협력 실무회담에서는 당초 의제에 포함되지 않았던 남한의 대북 추가식량지원 규모와 시기에 대해 양측이 원칙적으로 합의해 주목된다. 또 투자보장과 이중과세방지에 관한 합의서를 다음달 18일 평양에서 열릴 제2차 실무회담에서 체결키로 함으로써 남북 경협 활성화의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기 시작했다.

비교적 무난히 끝난 첫날 회담 때와 달리 26일의 이틀째 회담은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양측 대표단은 당초 오전 9시반으로 예정된 회담 시작 시간을 2시간40분이나 늦춰 낮 12시10분경 회담을 시작했다. 이에 따라 막상 이날 회담시간은 10분에 그쳤다.

이같은 갈등은 대북 식량 추가지원 협의에 관한 내용을 공동보도문에 포함시킬지를 둘러싼 입장 차가 컸기 때문이다. 북한측은 공동보도문에 식량문제를 넣을 것을 요구한 반면 남한측은 야당과 일부 여론의 반발 등 국내문제를 들어 난색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한측 수석대표인 이근경(李根京)재정경제부 차관보는 “공동보도문의 내용과 표현방법, 용어에 차이가 있어 문안 정리가 쉽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이번 실무회담에서 양측 대표단이 남북 경협을 뒷받침할 ‘제도적 안전판’ 마련에 진전을 이룬 것은 평가할 만하다. 양측은 당초 회담 의제로 잡힌 4개 부문 중 투자보장과 이중과세 방지 합의서 내용에 의견 접근을 보고 다음 평양 실무회담에서 마무리짓기로 합의했다. 또 이번 회담에서 본격적으로 논의하지는 못했지만 상사분쟁해결과 청산결제 합의서 체결 필요성에도 인식을 같이했다.

양측은 투자보장문제와 관련해 상대지역에 진출한 기업의 송금보장과 투자자보호, 영업활동 보장 등에 대해 사실상 합의했다. 또 이중과세방지문제는 상대지역에 진출한 기업이 그 지역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해 세금을 낼 경우 본국에서는 과세를 않는다는 원칙을 확인했다. 이같은 제도적 장치는 그동안 우리 재계가 대북투자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촉구해온 것들이라는 점에서 기업들의 대북투자 움직임이 한층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같은 경제분야 합의가 식량지원문제와 ‘교환’됐다는 인상을 줌에 따라 국내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적지 않다. 특히 2차 실무회담 예정일인 다음달 18일 이전에 우리 정부가 식량지원 협의 결과를 발표키로 한 것은 북한측이 이 문제를 향후 실무회담과 연계할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권순활기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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