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자장관 의혹]82년 입국 신고서에 '송재'로 기재

  • 입력 2000년 8월 29일 07시 09분


국적 논란과 삼성전자 주식 취득문제 등으로 시민 단체의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송자(宋梓)교육부장관이 한국 국적 회복 과정에서 편법을 쓴 것이 아닌가하는 의혹이 제기돼 도덕성 시비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송장관은 연세대 총장 시절에도 국적 시비가 일자 처음에는 미국 시민권 취득 사실 자체를 부인하다 뒤늦게 이를 시인했었다.

▽미국 시민권 취득 과정〓송장관은 연세대 상대 졸업 뒤 60년 미국 원조자금으로 유학을 떠나 워싱턴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코네티컷대 부교수를 지냈다.

70년 영주권을 얻었고 76년 9월 연세대 교수로 임용돼 근무중이던 77년 3월11일 미 시민권을 받고 같은 날짜로 한국 국적을 상실했다.

그러나 송장관은 시민권을 받기 5개월전인 76년 9월29일 서울 서대문구 아현동사무소에서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았다. 현행법상 영주권자는 ‘현지 이민 말소’로 분류돼 주민등록증을 받을 수 없지만 당시는 행정관리에 허점이 많아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갖고도 주민등록증을 발급받는 경우도 있었다는 것.

송장관은 “당시 법상식이 없어 미 시민권을 얻으면 한국국적이 상실된다는 것을 몰랐다”며 “주민등록을 유지한 채 재발급도 받았으며 민방위 훈련도 받고 한국 여권도 받았다”고 설명했다.

▼출입국법위반 벌금 300만원▼

송장관은 84년 9월18일 미 시민권 상실 승인을 받은 뒤 무국적자로 지내다 93년 2월17일 출입국관리법 위반으로 벌금 300만원을 물었다.

당시 송장관을 조사한 서울출입국관리소는 “출입국관리법 위반으로 강제 퇴거후 입국금지함이 마땅하나 원래 한국에서 출생한 한국인이고 대학 총장이란 직책임을 감안해 한국국적 회복절차를 안내함이 좋을 것”이라고 조치 의견을 밝혔다.

송장관은 “총장 취임뒤 국적 문제로 시끄러울 때 당시 연세대 행정대학원에 다니던 서울출입국관리소 J모 소장이 ‘무국적으로 있는 것은 잘못’이라고 해 조사를 받고 벌금을 물었다”고 말했다.

▽한국 국적 취득 과정〓송장관은 93년3월 미8군 의사인 부인 탁순희(卓順姬)씨와 함께 한국국적 회복신청을 내 둘 다 국적을 회복했다.

그러나 탁씨는 6개월 뒤인 9월5일 한국 국적을 다시 상실했다. 당시 국적법은 부부가 같이 국적 회복을 신청해야 하고 6개월 내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지 않으면 한국 국적이 자동으로 취소된다.

일단 남편의 국적회복 신청을 위해 국적 취득 신청을 냈다가 6개월이 지나 미 시민권을 그대로 유지했다는 지적이다. 이는 국적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주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송장관은 이에 대해 “법무부에 절차를 문의해 규정대로 회복신청을 했다”며 “아내가 미 8군에 근무하는 관계로 솔직히 한국 국적을 회복할 의사는 없었다”고 말했다. 또 송장관은 84년 8월 미 시민권 포기 신청 전인 7월경 한국 국적이 없는 상태에서 한국 여권을 발급 받아 한국 여권으로 8월18일 출국하기도 했다.

▽출입국 서류 허위기재 의혹〓송장관의 출입국기록을 보면 석연찮은 부분이 많다. 76년 연세대 교수라는 직업이 있으면서도 미국 여권으로 입국해 79년 4월 외국인 거류신고서에 직장을 ‘코네티컷대 부교수’로 적고 3개월 뒤 체류연장 신청 때는 ‘가족방문 및 구직코자 함’ ‘가족방문하고 휴양’ 등으로 적기도 했다.

송장관은 “78년 여름까지 코네티컷대 서머스쿨에서 강의하기도 했는데 미국 여권을 사용하면서 ‘연세대 교수’라고 쓰기가 뭐해 미국대학 교수로 쓴 것 같다”며 “평범하던 시절에 별다른 생각없이 한 것이지만 모두 내 불찰”이라고 해명했다.

또 82년 8월14일 입국신고서에는 자신의 한글 이름(宋梓)을 ‘송재’라고 적었다. 한문 ‘자(梓)’는 ‘재’로도 읽지만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의 이름자를 ‘재’로 쓴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송장관은 “주변에서 송재라고 부르기도 했다”고 말했다.

▼미 시민권 포기 빨리 승인나▼

▽미 시민권 포기 및 국적 회복 절차〓미 시민권은 얻기도 힘들지만 포기하는 것도 간단치 않다. 송장관이 미 시민권 상실을 승인받는 데 걸린 기간은 39일. 84년 8월9일 미 시민권 포기신청을 하고 같은 날 포기선서, 그리고 미 국무부로부터 9월18일 시민권 상실 승인을 받았다. 몇 달씩 걸리는 관행에 비해 ‘초스피드’로 이루어졌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통상 미 시민권을 포기하는 절차는 매우 까다롭다. 주한 미대사관의 시민권 포기절차에 관한 전화안내방송은 “법무부로부터 한국 국적을 회복했다는 법무고시를 영문으로 번역해 제출해야 하며 시민권 포기까지 여러 달 걸린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와 관련, 법무부 관계자는 “통상 미국 시민권을 포기할 경우 이민국에서 시민권 포기 희망자에 대한 탈세 범죄 여부 등을 철저히 조사하기 때문에 수개월 걸리는 것이 보통”이라며 “특히 과학자나 교수인 경우 기밀 유출 등을 우려해 심사 기간이 길어져 6개월을 넘겨 한국국적 회복신청이 취소되는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송장관은 “84년 당시에는 한국국적 회복 법무고시를 제출하라는 요구가 없어 한국 주민등록증만 제시하고 포기절차를 밟았다”고 밝혔다.

<하준우·이인철기자>ha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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